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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작곡가 장석진·조아라 "인간미 묻어나는 작업 더 주목 받을 것"

등록 2021.02.22 1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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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 '제12회ARKO한국창작음악제 연주회' 양악 부문 선정자

[서울=뉴시스] 장석진, 조아라(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석진, 조아라(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예술을 경험할 때, 실체도 중요하지만 실체의 후면에 가려져 있는 창작자의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그것이 경험이고, 예술을 접하는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죠. 사람과 인공지능(AI)이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조금 더 인간적인 부분이 묻어 있는 것을 찾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여전히 LP를 사는 것처럼요."(장석진 작곡가)

"예술의 영역은 단순 업무를 넘어서죠. 그리고 존재한다는 것에는 마음이 있습니다. AI가 인간을 따라할 수 있겠지만, 마음을 울린다는 것을 인간만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조아라 작곡가)

인공지능(AI)이 왕성한 생산력으로 예술가의 영역까지 넘보는 시대, 디지털에도 익숙한 30~40대 젊은 작곡가들은 인간의 감각과 마음에 대한 믿음이 더 굳건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ARKO)와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위원장 이건용·아.창.제)가 주최하는 '제12회ARKO한국창작음악제 연주회' 양악 부문에 뽑힌 작곡가 장석진(46)과 조아라(33)가 대표적이다.

최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쉽고 빠른 예술 작업이 성행하면 성행할수록, 인간적인 것이 묻어나는 작업이 더 주목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아창제를 통해 선보이는 두 작곡가의 곡들도 인간의 지적 호기심과 마음을 담은 음악들이다.

지난 2018년 국악관현악곡 '어느날'로 '제10회 아창제' 국악 부문에도 선정됐던 장 작곡가는 이번 양악 부문에서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알렉산더 프리드만: 디 익스팬션 오브 스페이스(the expansion of space)'를 초연한다.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 알렉산더 프리드만은 우주의 확장성에 관해 아인슈타인보다 앞서 이론을 제시한 다소 불운한 우주학자다. 장 작곡가는 이 학자의 이름을 내세운 이번 곡을 불안정한 우리 삶의 터전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해서 썼다. 고요하고 깊은 우주의 폭발과 변화, 그리고 죽음과 삶 등을 상상했다.

[서울=뉴시스] 장석진 작곡가(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석진 작곡가(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장 작곡가는 "생황이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며 폭넓은 변화들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생황연주가 김효영이 협연자로 나선다.

조 작곡가는 이번이 아창제 첫 참여다. 그녀는 재연작인 '인투 더 포레스트(Into the Forest)'를 선보인다. 대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곡이다. 조 작곡가가 지난 2018년 여름 창포원 공원의 커다란 나무 밑에서 쉬고 있을 때에 갑자기 불어온 거친 바람이 모티브가 됐다.

곡 처음과 끝을 통틀어 배경과 전경에서 지속되는 '바람소리'가 각 섹션을 연결하는 매개다. 다양한 타악기들과 금관악기의 바람소리, 현악기군의 하모닉스와 트릴(음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는 꾸밈음), 쉼없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악상의 역동성 등이 끊임없이 변주되는 크고 작은 바람을 묘사한다.

인디애나 대학 유학 시절 자연에 동화돼 살았다는 조 작곡가는 "인투 더 포레스트'에 자연 그리고 산책 등 일상적인 경험에서 느낀 것들이 자연스레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과 영국 길드홀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런던 컬리지 오브 뮤직에서 영화음악 석사, 영국 서리(Surrey) 대학에서 작곡 박사를 받은 장 작곡가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 미국 컨트리 팝 싱어송라이터 존 덴버의 음악을 좋아한 부모 밑에서 자난 장 작곡가는 중학교 때부터 피아노와기타 코드를 이용해 작곡을 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 2차까지 진출할 정도로, 대중음악에도 괂심이 많았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국 템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KBS 교향악단, 화음쳄버 오케스트라 등과 작업했고 tvN '60일 지정생존자', MBC TV '신입사관 구해령' 등 드라마 음악도 작업했다. 특히 게임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배틀그라운드 : 비켄디' 메인 타이틀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장 작곡가는 "다양한 곡들을 작업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새로운 곡들을 찾아듣는다"면서 "한 CD를 천번씩 반복해서 듣고, 구조를 파악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 작곡가의 새로운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오는 3월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아(Documentary Nostalgia)' 작업에도 참여했다. 미디어아티스트 정연두 작가의 이 영상에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장 작곡의 창작곡이 입혀진다.
[서울=뉴시스] 조아라 작곡가(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아라 작곡가(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인디애나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밟은 조 작곡가는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에 초청되고 일신문화재단 공모 대상을 받는 등 주목 받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레슨과 함께 놀듯이 동요를 만들어볼 기회를 준 김영아 선생님 덕에 자연스럽게 작곡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후 줄곧 클래식 음악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최근 클래식음악, 가요, 영화음악 등 여러 음악의 경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조 작곡가는 "제가 작곡한 곡 중에서 길거리에 배경처럼 틀어놓을 수 있는 음악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거예요. 전 클래식 음악만 바라보고 왔으니, 어떤 한계점에 부딪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대중의 예술 수준이 높아진 시점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음악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드는 시점에 아창제는 두 작곡가에게 모두 귀한 경험이다.

지난 아창제 국악부문을 통해 정제된 결과물을 얻어 만족했었다는 장 작곡가는 이후 국악관현악 관련 10여개의 작품을 썼다. 그는 "보통 음악 공모는 콩쿠르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아창제는 작곡가의 실험적 태도뿐만 아니라 열려 있는 시각도 찾고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긍정했다.

[서울=뉴시스] 조아라, 장석진(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아라, 장석진(인터뷰를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사진 촬영을 위해서만 잠시 벗었습니다.) 2021.01.29.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email protected]

학부 때 청중으로 아창제를 경험했던 조 작곡가는 "창작관현악곡이 연주되는 무대라 어릴 때부터 동경하고 있었다"면서 "'인투 더 포레스트'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진 곡이라, 용기를 냈다"고 수줍어했다.

마지막으로 두 작곡가에게 물었다. '좋은 창작음악'이란 무엇일까.

"작곡가는 건물을 짓기 전 설계도를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죠. 여러 전문가분들이 그것을 음악적으로 쌓아주시는 거고요. 좋은 작품은 처음부터 완벽한 척을 하기보다, 열려 있는 시각을 갖고 있어야 해요."(장석진)

"말로 설명할 재간은 없지만, 진실성을 가지고 '척 하지 않으려는 음악'이요."(조아라)

한편 이번 아창제는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장 작곡가·조 작곡가의 곡 외에 김대성 작곡가의 대금과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 '잃어버린 마을', 김은성 작곡가의 플루트와 대금을 위한 협주곡 '그랭이', 성세인의 '모멘텀 포 오케스트라'도 연주된다.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휘는 정치용이 맡는다.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을 지켜 거리두기 객석제가 적용된다. 공연은 전석초대지만, 예약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또 예술위 네이버TV(tv.naver.com/arko)에서 온라인 생중계로도 만나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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