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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관객들이 '햄릿'에서 무엇을 가져갈까 끝까지 고민했죠"

등록 2021.02.24 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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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 극작가 정진새·연출 부새롬

여성 '햄릿으로 무대...이봉련 연기

25~27일 국립극단 온라인극장

[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1.02.24.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햄릿'. 2021.02.24.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햄릿'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성 서사'가 강하고, '여성 혐오'가 묻어 있기 때문이죠. 극작술 차원에서 교묘하다는 생각도 해요. 관객을 모두 자기편으로 만드는 '낭만화된 마력'이 존재하거든요."(정진새 극작가)

또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번엔 다른 '햄릿'이다. 오는 25~27일 국립극단이 온라인 극장으로 선보이는 신작 연극 '햄릿'은 여성이 햄릿이다.
 
각색을 맡은 정진새 극작가는 최근 온라인으로 만난 자리에서 "관객들이 '햄릿'에 대해 '거리 두기'를 하기보다, '위대한 주인공'이니까 몰입을 과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것을 거둬낸다면,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햄릿'을 각색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다룬 자료를 참고했다. 아울러 여성이 주체적으로 등장하는 콘텐츠를 섭렵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를 다룬 마블 코믹스 시리즈 '스타워즈: 레아 공주'를 비롯 '캡틴 마블' '원더 우먼' 등이다.

강렬한 여성 캐릭터 중 하나인 '대너리스'가 등장하는 '왕좌의 게임'을 그래픽 노블로 옮긴 것도 읽었다. 여성 주인공이 남성 주인공과 동등한 파트너로 나오는 tvN 미스터리 드라마 '비밀의 숲'도 톺아봤다.

이번 국립극단 '햄릿'에서 이봉련이 연기하는 햄릿 공주는 왕위 계승자이자, 칼싸움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정 작가는 "여성 영웅들이 성장하는데 어떤 배경과 서사를 가지고 있는지 참고하고 싶었다"면서 "햄릿이 여성이 된 순간, 그의 성장담을 파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정진새 작가. 2021.02.24.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진새 작가. 2021.02.24.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주로 대중적인 콘텐츠를 참고한 이유에 관해서는 "원작에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것이 많아 그걸 희석시키거나 톤을 다운시켜야 했다"면서 "무엇보다 '햄릿'이 붕 뜬 이야기가 되지 않았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객들은 '햄릿'을 모호하고 막연한 고전 속 국가로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을 어렵게 느껴질 때 본인 탓을 하죠. 과도한 극작 설정이 지금 시점으로 볼 때, 말이 되게 하고 싶었어요."

정 작가에게 각색을 제안한 부새롬 연출 역시 정 작가처럼 '햄릿' 원작을 마냥 찬양하지 않았다.

 "멋있기는 한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거 같았다"는 얘기다. "정진새 작가라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아요. '햄릿' 자체가 주는 권위와 무게에 짓눌리지 않을 거 같은 작가라 생각했죠."

부 연출과 정 작가는 2010년대 연극계를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연극인들이다.

부 연출은 대학로에서 가장 시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는 극단 달나라동백꽃을 이끌고 있다. '로풍찬 유랑극장' '썬샤인의 전사들'이 대표적이다. 대학로 외부인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몸 담기도 했던 정 작가는 각색·극작뿐 아니라 연출, 기획 등 연극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최근에는 강의도 한다.

이들은 세월호, 블랙리스트, 미투운동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약 10년 동안 연극계의 힘겨운 이슈를 온몸으로 뚫고 왔다. 

검열에 맞선 젊은 연극인들의 저항운동이었던 '권리장전'을 주도한 부 연출은 "사회가 겪은 부당함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하고 분노하고자 했다"면서 "'미투 운동' 때도 연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는 겪고 있는 중이라,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더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부새롬 연출. 2021.02.24.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부새롬 연출. 2021.02.24.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정 작가는 "세월호 이전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픔을 상징하는) 최고은 방송 작가님이 있었죠. 젊은 연극인들은 예술가의 죽음을 공통적으로 감각하고 기억하는 세대"라면서 "개인적 경험에 국가적 참사가 결부하면서, 사회적 인식이 생겼다"고 봤다.

"큰 사건들이 2~3년 터울로 주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생각을 안 할수가 없었죠. 삶과 연극 자체가 맞물려서 흘러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꿈들은 소박한 것이 됐죠"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변화는 사회 가운데 단순히 고전으로 박제된 '햄릿'이 아닌, 지금 여기서 살아 숨 쉴 '햄릿'을 보게 될 것이라는 관객의 기대도 크다.

정 작가는 "'햄릿' 대사는 영향력이 크고, 거기에 대중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그래서 각색 과정에서 자괴감이 들고, 고전을 다시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컸다"면서 "지금 관객들이 햄릿 안에서 무엇을 가져갈까 끝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부 연출은 "'햄릿'이 우리 연극 속에서 '존재하는 자'로서 관객에게 멋지게 인사를 했으면 했다"고 바랐다.

한편, '햄릿'은 지난해 명동예술극장 화재로 인한 복원 작업과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작품이다. 이번 온라인 극장으로 세상에 첫 모습을 드러낸다. 여신동 미술감독의 텅 빈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무료 및 후원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홈페이지 예약은 각 공연 전일 오후 5시, 콜센터 예약은 공연 당일 3시간 전까지 할 수 있다. 후원금은 국립극단 작품개발 사업, 청소년을 위한 관람료 지원 프로그램인 푸른티켓 등을 위해 사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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