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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신현수 파동' 수습에 진땀…운영위 호된 신고식

등록 2021.02.24 18: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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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임명된 후 국회 운영위에 첫 출석

"최근 사태 비서실장으로 송구"…고개 숙인 유영민

"신현수, 조만간 거취 결론 낼 것" 사표 수리 가능성

'文대통령 검찰개혁 속도도절론'에 당청 입장 혼선도

MB 국정원 불법 사찰 등 민감 이슈에는 신중함 유지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첫 데뷔전에서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파동 수습에 진땀을 흘렸다. 예민한 현안에 대해 언성을 높이지 않는 대신 차분하게 발언을 이어갔지만, 이른바 '신현수 파동'으로 호된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실장은 대통령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과정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신 수석 향후 거취와 관련해선 곤혹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 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임명 후 첫 국회 출석이다. 국회 운영위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비서실장의 국정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번 집중됐었다. 비서실장의 발언에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위 준비를 위해 비서실, 정책실, 소통수석실 소속 청와대 참모들은 전날 늦게까지 비상 근무에 나섰다.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을 추리며 예상 답변을 준비하며 혹시 모를 실수가 없도록 반복 연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 수석 사의 파동과 관련한 대응에 치밀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실장은 두 번째 질의자였던 정점식 국민의힘 질의에서 신 수석 파동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유 실장은 "최근 사태에 대해서 비서실장으로서 국민들에게 또 다른 작년의 여러 가지 법무와 검찰의 피로도를 준 데 송구하다는 사과의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주도의 검찰 간부 인사를 두고 쏟아진 각종 의혹에 대한 유 실장의 첫 발언이었다. 빠른 사과를 통해 야당의 공세 수위를 낮추고 저자세를 통해 상황 관리에 나서 전략적 판단이 따른 것을 보인다.

유 실장은 사의 파동과 관련한 배현진 국민의힘 질의에서 "저가 좀 고집부린 면이 있다. 제가 개인적으로 (신 수석에게) 만류를 했었다"며 "제가 개인적으로 당사자에게 간곡히 말씀 드리기도 했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본인에게도 있음을 알리며 저자세를 취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신 수석 사의 파동 관련 야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유 실장은 대통령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재가 시점과 인사안을 올린 주체에 대한 질의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대신 통상적인 절차를 설명하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유 실장은 '최종 발표 전에 (문 대통령이) 승인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검찰 인사) 언론 발표 1시간 전에 정상적으로 승인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즉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인사안 발표 1시간 전 대통령에게 승인을 받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전자결재가 이뤄졌다는 게 유 실장의 설명이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24. [email protected]

인사 조율 과정에서 신 수석의 역할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인사안의 최종 결재 라인에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파동의 원인에는 최종안 결정 과정에도 법무부과 민정수석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유 실장은 '신 수석이 패싱당한 게 아닌가'라고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묻자 "아니다"라며 "(법무부와 검찰) 협력 관계를 가져가라는 것이 (민정수석의) 큰 숙제였는데 열심히 잘해왔다. 마무리 단계에서 충분히 그런 부분들이 협의가 잘 안 된 부분이 기대치와 다르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유 실장 입을 통해 새로 공개된 사실들도 있었다. 유 실장에 따르면 신 수석은 지난주 휴가에 가기 전 수 차례 구두 사의 표명이 있었고, 그 뒤로 문서로 또 한 차례 사표를 냈다고 한다. 서면 형태로 사표 제출은 휴가를 가기 전 인사수석실을 통해 제출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의에 확고했다는 뜻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 실장은 신 수석 거취 결정에 대해선 "여러 가지 대통령께서 고민하시리라 생각하고 결심하실 것", "아마 수리될 수도 있다", "조만간에 결론을 내겠다. 그만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 부탁드린다", "(그런 고민 상태가) 오래가겠나 싶다"고 말하며 조만간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다만 유 실장의 발언에는 사표 수리를 둔 고심 지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법무부와 검찰의 원활한 관계 조율을 위해 검찰 출신의 민정수석을 투입했지만, 정작 갈등의 골이 표출됐고 대통령 리더십의 상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본래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뜻에서다.

유 실장은 "(신 수석은) 이번 건으로 신뢰와 조율자 역할을 하기에 굉장히 힘들어졌다는 괴로움이 있었다"며 "신 수석을 모셔올 때도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기대했던 역할이 있었고 아직도 신뢰와 기대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거취 결정은) 굉장히 힘든 결정"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맏형'으로 불리며 평소 의원들과 사이가 원만했던 유 실장의 노련미는 이날 운영위에서도 묻어나왔다. 그러나 '신현수 사의 파동' 수습에 진땀을 흘리면서 첫 데뷔전이 그리 무난하지만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유 실장이 곽상도 국민의힘 질의에서 "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 때 검찰개혁에 관한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말하면서 민주당의 입장과 혼선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검찰개혁 과제 추진에 관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선을 긋는 상태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논란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논란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24. [email protected]

유 실장은 "속도 조절 얘기는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면서 "그 부분은 민주당에서 충분히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팩트는 임명장 주는 날 대통령이 차 한잔하면서 당부할 때 그 때 이야기가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유 실장의 답변 수습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유 실장에게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속도 조절을 하라고 말씀하신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유 실장은 "제가 정확한 워딩은 기억은 못하지만, 그런(속도 조절의) 뜻이었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당청 간 이견에 유 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확인을 다시 한 번 해보겠다"면서 "정확한 워딩은 그것이 아니었고 그런 의미의 표현이었다"고 서둘러 수습하기도 했다.

유 실장은 파장이 커질 수 있는 민감한 정쟁 이슈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유지하고자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여 구체적 언급을 아꼈다.

비서실장의 위치에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공개 입장을 낼 경우 더 정쟁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 실장은 또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으로부터 국내 정보, 사찰 정보를 보고 받고 있는가'라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전혀 없다"며 "(국정원으로부터의) 보고도 없고, 사찰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하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중단을 시사한 데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 실장은 "(보이콧이)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개정안의 취지는 중범죄를 저지른 극히 일부분의 비도덕적인 의료인에 한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의료인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좋은 것일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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