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미래생각]초연결(超連結), 그 너머의 세상

등록 2021.02.25 13: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2021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북적북적한 명절 분위기도, 보고 싶은 친구들 모임도, 겨울 여행도 사라진 채 여전히 집콕 생활의 연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의 동선은 잠시 멈춘 듯하지만 세상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성기반의 소셜미디어 '클럽 하우스'는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자제해야만 하는 요즈음 사람들은 새로운 방식과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 연결하기를 확장하고 있다.

기원전 3세기부터 약 500년 걸쳐 로마제국은 8만㎞나 되는 도로를 건설하여 연결성을 확장하였다. 도로 덕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물자교역, 교육, 다양한 활동 등이 발생하여 다양한 가치와 정보가 생성되고 이는 다시 도로를 통해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방대한 도로망은 거대한 로마제국 형성에 밑거름이 된 것이다.

현대에서 이런 도로의 의미는 연결성(connectivity)이라고 불리며, 도시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도로는 사람들과 장소를 연결하여 도시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고 상호 작용의 기회를 제공한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서로 연결되어 상호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우리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진입하고 있다. 초연결사회는 사람, 사물, 공간 등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연결되어 정보가 만들어져 공유되고 활용되는 사회이다.

초연결사회는 개별 맞춤형 수요에 대응하는 양질의 서비스와 편리함을 제공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같은 감기약을 먹고 수십 명이 동일한 수업을 듣는 것을 당연시해 왔지만, 이런 방식의 획일적인 서비스 공급방식이 개개인의 체질적 특성이나 학습역량 등을 배려했을 가능성은 작다.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정밀의료, 맞춤형 교육 등은 획일화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누가 사용하는지 미리 파악할 필요 없이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맞춤형이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과의 연결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해 개인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주거, 교통, 금융, 관광, 각종 상거래, 문화소비활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일하는 방식도 변화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재택근무를 통해 일하는 공간의 자유로움을 경험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는 가속화되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됨에 따라 출퇴근 시간, 근태관리 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물인터넷으로 연결이 보편화 되면서 사람들의 동선은 더욱 자유로워지고 언제 어디서나 작업할 수 있기에 개인에 맞는 시간 관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초연결사회가 가져올 이슈가 이처럼 낙관적인 면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패스트푸드 가게 키오스크에서 당황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 대신 기계를 통해 주문하는 것이 대기시간이 짧아서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디지털 격차로 인한 문제는 초연결사회에서 보다 심각할 수 있다.

또한 초연결사회에서 특권을 가진 소수가 디지털 라이프에서 얻는 경제적, 교육적, 건강적 혜택을 독식하게 되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파워엘리트가 인터넷을 통제하고 대중을 조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압제는 어떠한가? 시장에서는 플랫폼 경제를 장악하는 승자의 독점적 지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초연결사회가 주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공된 개인정보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크다. 그 밖에 일자리의 위협, 기술적 오작동, 가짜 뉴스와 맬웨어(malware), 스팸(spam) 등 사이버 보안 위협 등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물리적인 안전이나 보안이 붕괴되면 순식간에 일상이 마비될 수 있기에 초연결사회로 갈수록 안전과 보안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원전부터 인류는 연결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기술변화가 가져올 초연결사회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완벽한 연결성(seamless connectivity)이 새로운 규범이 되는 초연결사회에서 네트워크로부터 단절된(unplugged) 삶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마의 도로망이 제국의 안정을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기여한 반면, 외세의 침입을 용이하게 한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초연결사회가 가져오는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대비해야 한다.

더 나은 삶의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연령, 직업, 경제 수준 등에 의해 배제되지 않고 누구나 초연결사회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무분별한 기술우위 사회에서 공공재를 보호하고 공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하기 위해 초연결사회라는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 형성과 사회시스템의 전반적인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민보경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