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박용만 회장이 직접 쓴 첫 책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등록 2021.02.25 16:39:24수정 2021.02.25 16:43:2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사진=마음산책 제공) 2021.02.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사진=마음산책 제공) 2021.0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살다 보면 양지 아래 그늘이 있었고, 그늘 안에도 양지가 있었다. 양지가 그늘이고 그늘이 양지임을 받아들이기까지 짧지 않은 세월이 걸렸지만, 그게 다 공부였지 싶다. 그걸 깨닫고 나니 양지가 아닌 곳에 있는 순간에도 사는 것이 좋다. "(7쪽)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용만이 직접 쓴, 첫 책을 냈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나이듦의 철학이 녹아 있다.

알려진 박 회장의 모습은 경영인으로서의 성과에 집중되어왔다. 소비재 중심의 두산을 인프라 지원사업 중심의 중공업그룹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인수합병을 이끌었고, 지난 7년여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며 샌드박스로 신기술 사업화 등을 성과로 남겼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회장은 아니었다. 입사 초기 맡았던 업무는 청량음료 영업이었다. 당시 그는 세무 자료 없이 장사를 하는 시장 관행을 근절해 합리적 영업 방식을 안착시키고자 했지만, 영업사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고 이 사건은 그에게 ‘큰 변화 앞에서 사람을 움직이게 할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남겼다고 했다.

이 같은 현장에서의 회고를 시작으로 IMF시기 구조조정이라는 극한의 파고를 넘은 일, 획기적 M&A를 통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해간 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정부와의 협업 등 그가 펼쳐놓은 사업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국 기업의 현대사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은 경영인이 아닌 다채로운 박용만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작가, 아마추어 요리사, 미식가, 주말 봉사자 등 다채로운 얼굴이 있다. 지난 5년간 종로 노인 급식소에서 요리 봉사를 통해 2만 식 이상의 도시락을 전달해왔으며, 알로이시오 소년의 집 후원은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또 고등학생 시절부터 수십 년간 사진을 찍어온 아마추어 사진가 박용만은 쉬는 날이면 아름다움을 찾아 골목골목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그 과정에서 낯선 삶을 만나는 것을 공부라 여긴다. 또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긴 웨이팅 끝에 착석해 메뉴를 고르는 시간을 행복한 순간으로 꼽으며, “아내와 김치밥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처럼 가족을 위한 식사 준비를 보람으로 여긴다.

보통사람들의 기준에서 보면 분명 많은 것을 가진 그이지만, 어린 시절의 결핍을 고백하는 글이나, 나이 듦에 따른 몸의 변화를 써 나간 글은 보편적 공감을 부른다.

“시간이 흘러가며 내 몸도 생각도 예전 같지 않음을 자주 느낀다. 젊음이 물러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 인간의 가장 큰 상실감 중의 하나이겠지 싶다. 동시에 평생 학습하고 경험해서 견고하게 다져놓은 내 판단의 잣대에 대한 집착도 사라져간다. ‘그럴 수 있지’ 혹은 ‘내가 다 옳을 수 있나?’ 하며 판단하기를 유보하곤 한다. 이렇게 젊음을 잃어버리고 변하는 과정에 오히려 편안하고 다가오는 변화가 마음에 들기까지 한다. (122쪽) 마음산책, 1만6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