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낙태죄 폐지됐지만…임신중단약물 여전히 불법거래중

등록 2021.03.02 15:08:1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국내 허가된 낙태약 아직 없어

현대약품, 식약처와 먹는 낙태약 수입허가 협의중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신지혜 상임대표(왼쪽 두번째)가 '낙태죄' 효력 만료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신지혜 상임대표(왼쪽 두번째)가 '낙태죄' 효력 만료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2.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수술은 흔적이 남는데 미프진(낙태약)은 흔적도 없어요. 수술보다 저렴하며 안전하고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없으니 안심하고 사용해도 됩니다"

국내에서 유통·판매가 불법인 '자연유산유도 약물(낙태약)'의 판매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건강 상태 등 체크 없이 '낙태약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식으로 호도하며 구매를 부추기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심지어 한 사이트는 100% 낙태가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도 '약 복용뒤 병원에서 초음파를 통해 임신중절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정보까지 버젓이 올려 놓고 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올해부터 낙태죄가 사실상 폐지됐다. 여기에 모자보건법에 '수술 외에도 자연유산유도 약물을 통한 낙태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낙태약처럼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자연유산유도 약물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17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로 넘겼지만 법안은 아직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인터넷 등을 통한 불법 낙태약 구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연간 약물 및 수술을 통한 낙태는 10만 건으로 추산된다. 낙태약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국내에 허가된 약물이 없다 보니 다수 여성들이 브로커나 불분명한 구매대행 사이트 등을 통해 약물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낙태약 구매'를 검색하면 미프진 가격, 정품 미프진 판매, 낙태약 구입방법, 낙태약 실시간 상담, 미프진 양도 등 판매 사이트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수사망 등을 벗어나기 위해 메신저 등을 통해서만 거래나 상담을  진행한다. 판매 가격은 임신주수에 따라 7주전 35만원, 12주 전 45만원 수준이다.

 대표적인 자연유산유도 약물인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은 자궁 내 착상된 수정체에 영양 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체를 분리시키고 자궁 수축을 유도해 수정체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고, 미국·영국·프랑스 등 70여개 국가에서 미프진을 합법적인 임신중단 약물로 승인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판매가 불법이다. 처방도 불가능하다. 국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자연유산유도 의약품이 없기 때문이다. 낙태죄 폐지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통한 합법적 임신중절이 불가능한 이유다.

식약처에 따르면 2일 현재 '미프진' 등 인공임신중절을 효능효과로 약물 수입 허가를 신청한 제약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현대약품이 최근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와 '미프진'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수입 허가 신청을 위해 식약처와 협의를 진행중이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의약품이 국내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품목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당장 임신중절약품에 대한 품목허가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실제 사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한 곳에서 자연유산유도 약물 허가와 관련해 우리와 협의를 진행중인데 아직 허가 신청을 낸 것은 아니다"며 "정식으로 허가 신청이 들어와야 알 수 있지만 자연유산유도 약물은 현재 국내에 허가받지 않은 새로운 성분을 기반으로 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허가·심사에 120일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낙태죄 폐지에도 자연유산유도 약물에 대한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불법 판매사이트 적발도 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유산 유도제' 판매사이트 적발건수는 2015년 12건에서 2019년 2365건으로 5년 새 200배 가까이 폭증했다. 또 올해 2월 중순까지 188건이나 적발됐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미프진은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며 의사의 진단과 안내 없이 임의로 사용하게 되면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중국산 가짜 제품인 경우가 많아 복용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품이라 하더라도 미프진의 경우 임신 10주가 이상에서 복용하면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자궁 파열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등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필수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프진 등 임신중절 의약품은 은밀하게 거래되는 점 때문에 가짜약 등의 위험이 있다"며 "이런 약들은 성분을 알 수 없어 구매하지 않는게 좋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