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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차명 거래 적발 어떻게...정부 조사 실효성 논란 여전

등록 2021.03.08 11: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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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직원 명단과 토지주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 중

수사 아닌 조사로 차명·편법 걸러내는 데 한계 지적

야당·시민단체 등에서 수사 나서야 한다고 공세 강화

1차 조사 결과 이번 주 목요일 쯤, 후속 조치에 관심

셀프 조사·직원 옹호 논란에 '제 식구 감싸기' 비판도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1.03.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1.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정부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차명 거래 등 각종 편법으로 투기에 나선 사례까지 걸러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여론이 큰 상황이다.

8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주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정부 합동조사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이르면 오는 10일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7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으며 오는 9일에는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하는 등 사태 진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토지 개발과 주택업무 관련 부처와 기관 직원은 토지 거래를 제한하고, 부동산등록제 등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체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시세 조작 행위, 신고가 계약 후 취소하는 불법 중개 행위, 불법 전매 및 부당 청약 행위를 4대 시장 교란 행위로 간주해 부당이득의 3∼5배를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를 향한 여론은 좋지 않다. 광명 시흥 땅을 사전에 매입한 LH 직원들이 땅을 1000㎡로 쪼개고, 촘촘한 간격으로 나무를 심는 등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민심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 당시 LH 책임자였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해임하고, 3기 신도시는 아예 전면 백지화 하라는 요구까지 등장했다.

또 정부 합동조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담당 공직자와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확인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전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음성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아 이를 걸러내는 게 한계가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본인이나 부모, 자식 명의가 아닌 친인척, 지인들의 이름을 빌려 투기에 나선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정부는 현재 직원 가족의 명단과 토지주 명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투기 사실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명 등을 통한 거래를 적발할 정도의 광범위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시민단체가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필지를 조사한 결과에서 LH 직원 10여명이 배우자, 가족 명의를 이용해 수십억대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실제로는 국토부와 LH 직원들이 연루된 더 많은 편법과 불법 투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전방위 조사로 확산되고 있는 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LH홍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21.03.05.jtk@newsis.com

[화성=뉴시스] 김종택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전방위 조사로 확산되고 있는 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LH홍보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email protected]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례는 이전에도 계속 있었고 몇 년 전에는 창릉 신도시 도면이 사전에 유출되는 일도 있었다"며 "이번에 대범하게 본인과 가족 명의로 땅을 산 게 드러난 게 이 정도면 차명을 이용한 거래는 얼마나 더 많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처 중심의 합동조사단의 1차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사를 해 나갈지 판단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국민들이 100% 신뢰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조사 대상이기도 한 국토교통부가 조사단에 참여한 만큼 '제 식구 감싸기' 여지가 크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땅 투기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LH의 한 직원은 블라인드 앱을 통해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라는 내부 글을 올려 논란을 키웠다.  

LH의 또 다른 직원은 유료사이트에서 토지경매 분야의 이른바 '일타강사'로 활동하며 수익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의혹을 폭로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7일 "비밀정보 활용이나 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부가 자체 조사하는 것에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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