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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언의 책과 사람들]'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등록 2021.03.13 09:00:00수정 2021.03.14 14: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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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표지(사진=이레미디어, 미래의창 제공)2021.03.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표지(사진=이레미디어, 미래의창 제공)2021.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근 주식투자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애초에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지만 주식투자에는 전혀 관심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누구에겐가 정보를 얻어서 어느 주식을 얼마의 가격으로 사서 얼마의 수익을 얻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주식투자의 과열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과민한 반응은 아니다.

10여 년 전 나도 주식투자에 손을 댄 적이 있었다. 초심자의 행운인지는 몰라도 처음에는 꽤 괜찮은 수익을 내기도 했다. 내가 샀던 저가 화장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한때 언론에도 오르내리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경쟁 업체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지금은 그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다행이 나는 고점에 팔아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으니 행운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무렵 주식투자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기 위해 많은 주식관련 책들을 섭렵했다. 차트분석방법에 의거한 기술적 분석 방법을 다룬 책과 재무제표를 읽고 투자할 회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 내재적 가치에 투자하는 기본적 분석에 관한 책들을 망라하고 읽었다.

이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책은 이런 방법론과 큰 관련이 없는, 어찌 보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책들이다.

이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주식투자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이야기 되는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é Kostolany)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이다.

코스톨라니는 예술사를 전공하러 유학을 간 프랑스에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당시는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이었다. 그러니까 주식 중매소에서 간혹 19세기부터 주식중매인으로 활약하던 사람들을 볼 수 있던 시기였다. 코스톨라니는 그들에게서 19세기 혹은 그 이전 주식 중매에 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코스톨라니는 20세기 대부분을 주식 중매로 살았고 그 이전시대의 이야기까지 품고 있는 주식중매의 살아있는 역사였다. 거기에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까지 어우러져 그의 책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 책의 즐거움은 차트분석과 같은 기술적 분석이나 재무제표가 알려주지 않는 역사적 경험을 배운다는 면에 있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흥미로운 역사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인상 깊었던 것을 하나 꼽는다면, 그가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였던 제정 러시아의 국채를 매집한 일이다. 어느 투자자도 제정 러시아가 망하고 그 시대에 발행한 채권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1920년대부터 투자활동을 한 그에게 제정 러시아 시대는 체감 상 그리 오래된 시대는 아니었다.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자 유럽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에서 가지고 있던 러시아국채가 가치를 지니게 될 거라 판단하고 제정 러시아 국채를 매집해 무려 6000배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코스톨라니의 책이 교양서에 가깝다면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에드윈 르페브르가 쓴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은 소설 책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극성기인 대공황 직전을 배경으로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 내용을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경제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대공황 이전 미국의 산업계와 금융계의 모습, 그 당시 주식중매소의 풍경과 거래되는 품목들, 투자자들의 투자 방법들을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를 함께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얼마간의 나의 주식 투자 활동은 석사논문을 쓰면서 마무리되었다. 주식거래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나는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 주식거래로 번 수익을 고대로 시장에 토해 냈다. 나는 논문 쓰는데 집중한다는 이유를 들어 손을 털었다. 크게 벌지도, 크게 잃지도 않았다.

주식공부를 한다며 사서 읽었던 책들은 이사를 가면서 정리했지만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와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은 남겨두었다. 이중 코스톨라니의 책은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던 지인에게 투자를 보다 길고 넓게 보면서 접근하라는 의미에서 선물로 주었다.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은 지금도 주식투자에 손댔던 시절의 흔적처럼 한쪽 서가에 꽂혀있다.

▲한상언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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