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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정의용 취임 한 달…日외무상과 통화는 언제쯤?

등록 2021.03.14 05:00:00수정 2021.03.14 09: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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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요청에도 日외무성 묵묵부답…꽉 막힌 한일 관계

강경화·윤병세 장관은 미국보다 일본과 먼저 통화

강창일 주일대사, 모테기 외상과 면담 일정 못 잡아

美국무·국방, 日·韓 방문서 관계 개선 요구할지 주목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한 지 한 달을 넘겼지만 한·일 외교장관 통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일본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고위급 소통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9일 취임한 정 장관은 사흘 만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처음 상견례를 겸한 통화를 가졌다. 이후 정 장관은 러시아(12일), 아랍에미리트(15일), 중국(16일), 캐나다(17일), 영국(23일), 이란(24일) 등 주요국 외교장관과 상견례를 겸한 통화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 외교에서 중요한 4강(强)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만 통화를 못 했다.

이는 전임 장관들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이틀 만인 2017년 6월21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과 통화했다. 윤병세 전 장관도 취임 후 사흘 만인 2013년 3월14일 기시다 전 외무상과 통화했다. 두 장관 모두 미국보다 일본과 먼저 통화했다.

지난 1월22일 일본 현지에 부임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 역시 모테기 외무상과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강 대사는 2주간의 자가격리가 해제된 후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을 비롯해 주요 정계 인사들과만 만난 상태다. 이는 남관표 전 대사가 부임 4일 후 당시 고노 다로 외무상과, 12일 후 당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난 것과 비교된다.

통상 취임 직후 첫 통화나 면담은 축하 인사를 비롯해 양국 주요 현안에 대한 통상적인 이야기가 오간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가벼운 상견례 성격의 통화나 면담 요청마저 모르쇠하면서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일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강창일 주일대사는 지난 10일 도쿄에서 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현지에 와서 보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차가운 것 같다"며 "최악의 상태라는 것을 한국에선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그것을 피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도쿄=AP/뉴시스] 지난해 11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왕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2021.03.11.

[도쿄=AP/뉴시스] 지난해 11월 24일 일본 도쿄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왕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2021.03.11.

한일 관계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2019년 한국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등으로 이어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직전 한일이 수출관리정책대화 재개 등에 전격 합의하면서 봉합되는 분위기였지만 일본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가 재개된 상태다.

특히 올해 1월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후 일본 내 기류가 더욱 얼어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판결이 '주권 면제'에 어긋난다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대응하라"며 역사 문제 해결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긴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일본 정계에서는 혐한(嫌韓) 분위기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일본 교도통신은 자민당 보수계 의원들 사이에서 한일 갈등을 넘어 한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정의용 장관과는 "'춥네요' 정도밖에 이야기할 것이 없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자민당 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으며, 한일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며 또다시 일본에 유화 메시지를 건넸다. 다만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 없이 역사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접근법과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일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 장관은 지난 10일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맞아 모테기 외무상에게 서한을 보내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지역 국민을 비롯해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실무 대일 외교라인을 정비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일본을 담당하는 아시아태평양국장에 도쿄대 유학파 출신인 이상렬 전 아태국 심의관을 기용했다. 지소미아 종료와 수출 규제 등 현안에 시달리며 업무 피로도가 높은 김정한 국장을 교체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일 관계의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교가의 시선은 다음 주 일본(15~17일)과 한국(17~18일)을 연달아 방문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행보에 쏠린다.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삼각 협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모종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 정치권이 차기 정권에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등 떠밀려 2015년과 같이 졸속으로 한일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관계가 악화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과제라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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