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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장수 국가의 역설…76세 이상 '절반'이 상대적 빈곤

등록 2021.03.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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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0년 국민 삶의 질 보고서

2019년 상대적 빈곤율 16.3% 기록해

소폭 개선됐으나 66세 이상은 43.4%

'노인 빈곤율' 세계서 가장 높은 수준

노인 고용률 높고…근로 시간 긴데도

빈곤 지표 개선 난망, 대책 마련 시급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이 몰렸다. 2020.12.07. jc4321@newsis.com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7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및 사회 활동 지원 사업' 참여 모집에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노인이 몰렸다. 2020.12.0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요즘 정부의 화두 중 하나는 '국민 삶의 질 개선'입니다. 지난 2019년 세계에서 7번째로 30-50 클럽(1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가입하는 데 성공해 양적 성장은 이뤘으니, 질적 수준도 높여보자는 의미에서입니다. 통계청이 '국민 삶의 질 보고서'를 2014년부터 내놓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 공개된 2020년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서는 업데이트된 지표 63개 중 40개가 개선됐습니다. '여가 시간' '일자리 만족도' '안전에 관한 전반적 인식' '학교생활 만족도' '1인당 주거 면적' 등 여가, 고용·임금, 안전, 교육, 주거 부문에서 여러 지표가 나아졌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상대적 빈곤율'입니다.

전체 인구 중 '가처분 중위 소득 50% 이하'인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대표적 소득 불평등 지표로 꼽힙니다. 전체 인구의 소득 계층 간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와 함께 널리 쓰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 즉 사회의 빈곤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써 국민 삶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19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6.3%를 기록했습니다. 전년(16.7%) 대비 0.4%포인트(p) 낮아졌습니다. 이 지표는 2011년 18.6%→2012년 18.3%→2013년 18.4%→2014년 18.2%→2015년 17.5%→2016년 17.6%→2017년 17.3%로 소수점 아래 한 자릿수에서 소폭 감소하는 등 매우 느린 속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높은 수준입니다. OECD 회원국 간 비교가 가능한 2018년 기준으로 보면 헝가리(17.9%)·미국(17.8%)·라트비아(17.5%)·이스라엘(16.9%)에 이어 5번째로 높습니다. 네덜란드(8.3%)의 2배에 이릅니다.

연령별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2019년 기준 7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55.6%로 전년(55.1%) 대비 0.5%p 악화했습니다. 76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빈곤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66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전체 인구 상대적 빈곤율이 한국보다 높은 라트비아(39.0%)보다 나쁩니다.
 
 
[세종=뉴시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상대적 빈곤율. (자료=통계청 제공)

[세종=뉴시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상대적 빈곤율. (자료=통계청 제공)


OECD 회원국 중 기대 수명이 높아 한국이 '장수 국가'로 꼽히는 점을 보면 이는 역설적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기대 수명은 82.7세로 OECD 평균(80.7세)보다 2.0세 높고, 일본(84.2세), 스위스(83.8세), 스페인(83.5세), 이탈리아(83.4세), 아이슬란드·이스라엘(82.9세), 호주·프랑스·노르웨이(82.8세)의 뒤를 이어 높은 축에 속합니다.

2018년 한국의 기대 수명은 2000년(76.0세) 대비 6.7세 늘어나 같은 기간 OECD 평균치(76.7→80.7세) 대비 2.7세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상대적 빈곤율 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고, 특히 노년층 빈곤율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고려하면 한국의 기대 수명 증가를 마냥 축복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2.9%(2019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34.8%)에 이어 2번째로 높고, 60세 이상 인구의 월 근로 시간은 140.9시간으로 29세 이하 인구(145.3시간) 수준에 육박합니다. 많은 노인이 오랜 시간 일하고 있는데도 상대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유독 높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2019년 70세 이상 남성의 10만명당 자살률은 90.5명으로 40~49세 남성(44.5명)의 2배를 상회합니다. 같은 해 70세 이상 여성의 자살률도 28.0명으로 40~49세 여성(17.1명) 대비 10.9명 높습니다. 60~69세 남성·여성 자살률도 54.2명·14.0명으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한국의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입니다. 정부는 "고령화 등 사회 문제의 해법을 내놓겠다"며 '인구 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시니어 창업 지원, 고령자 적합 직무 개발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사적 연금 지원 강화, 공적 연금 효율화, 노동 시장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세쓸통]장수 국가의 역설…76세 이상 '절반'이 상대적 빈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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