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권한 다툼 예고된 공수처…피의자만 웃는다

등록 2021.03.15 18:02:1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권한 다툼 예고된 공수처…피의자만 웃는다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출범한 지 두 달째를 향해 달려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는 없는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검사가 없다. 직제상 처장과 차장이 검사로 분류되지만 실제 수사와 기소를 할 검사는 아직 선발 중이다.

검사를 뽑아도 교육할 인력이 없다. 기존 검찰과 같이 법무연수원에 교육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공수처에는 독점적 권한이 사실상 없다. 다른 기관보다 우선하는 권한을 갖기 위해선 법령이 필요하다. 강제수사에 관한 검사의 독점적 권한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만이 공소를 제기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공수처의 등장으로 권한 다툼이 불가피해졌다. 공수처 검사 역시 같은 권한을 보유하게 되면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 두 기관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이 서로 다른 분야의 사건을 취급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공수처가 수사하게 될 고위공직자 범죄 중에는 검찰의 영역에 속한 사건들이 상당수다. 그러한 사건에서 공수처와 검찰 중 어느 기관이 우선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법령은 없다.

대표적인 게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출국금지 불법 논란이다. 위법한 방법으로 출국금지를 요청한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 의혹에 관한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혐의로 고발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 둘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공수처 이첩 대상이기도 하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에서 현직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공수처에 이첩토록 규정하는데, 권한 행사에 있어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한 법령은 아니다.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때가 고소·고발장이 접수된 단계를 뜻하는지, 기소 여부를 판가름할 만큼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시점을 의미하는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어느 곳도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기는 것은 수사 대상자다. 이성윤 지검장은 자신이 공수처 이첩 대상이라는 이유로 검찰 소환을 거부한 바 있다.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검찰에 다시 넘겼지만, 이첩 여부를 고민하던 일주일가량 이성윤 지검장과 이규원 검사는 수사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공수처가 '기소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위 법령을 해석한 점도 수사에 혼선을 줄 전망이다. 검찰이 구속수사에 나설 경우 신병을 확보하면 20일 내에 재판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의 요구대로 기소 시점에 사건을 아예 송치해야 한다면 검찰로선 당장 구속수사를 벌이기 어려운 것이다. 강제수사가 늦어질수록 사건 당사자들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필연이다.

'검찰 죽이기'에만 초점을 둔 허술한 입법이 수사 공백을 낳은 셈이다.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바로잡으려 했다면 검찰과의 권한 분배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만 했다. 물론 공수처의 권한 다툼으로 인한 문제는 일부 고위공직자 사건에만 그친다.

더 큰 걱정은 여권이 현재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이다. 이 곳은 민생과 밀접한 부패범죄를 아우른다.

구상 중인 법안대로면 수사청은 검찰이 맡고 있는 6대 범죄사건을 수사하게 되지만 영장을 직접 청구할 권한은 없다. 범죄 규모와 수사 대상자의 협조 여부에 따라 적기에 구속수사를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다. 공소제기 및 유지 업무도 맡지 않으니 혐의 입증과 무관한 증거를 쫓다가 핵심 단서를 놓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수사청법안 공식 발의를 앞둔 여권으로선 검찰 죽이기에 몰두한 탓에 범죄자에게 도망갈 여지를 주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