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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세대]⑤"대기업? 관심없어요"…중요한건 '나의 성공'

등록 2021.03.16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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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졸업 후 기타 잡아…인디밴드 꾸려

연구실 대신 감독 꿈꾸기도…"적성에 맞아"

'사회적 지위·높은 연봉' 옛말…자기 꿈 쫓아

"학생들, 높은 급여 대신 자기 삶 개발 선호"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여동준 수습기자 = "어떻게 보면 프리랜서와 비슷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입도 없고 불안한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제가 선택한 이 길에 후회는 없어요. 안정을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기보단,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더 좋으니까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나모(27)씨는 동기 및 선·후배들과는 조금 다른 진로를 선택했다. 대부분이 학부를 졸업하고 로스쿨에 가거나 기자 및 PD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할 때, 나씨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3인조 인디밴드를 꾸렸고, 월 평균 120만원을 벌지만 지금도 자신의 꿈을 쉼없이 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한 위기(Crisis)를 겪고 있는 'C세대'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관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회적 관계 및 지위'라는 가치관에 따라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직장과 연봉'에 가장 큰 의미를 뒀지만, 이제는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고, 또 서로 간의 평가 및 체면치레가 더 이상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은 만큼 온전히 자신이 원했던 일에 뛰어들어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씨는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그래도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놓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등과 같은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그래도 제가 평소에 굉장히 하고 싶었던 일이고, 일을 할 때마다 단순 돈벌이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커리어가 된다는 느낌을 받아서 성취감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 노력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언젠가는 국내 차트에서 1위를 하는 곡을 써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한 최모(24)씨 역시 기존의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짜 원했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씨는 전공 특성상 졸업만 하면 대기업 및 연구실 등 내로라하는 직장에 남들보다 쉽게 취직할 수 있지만, 대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관련 산업에서 잡일부터 배우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다.

최씨는 "컴퓨터공학부나 전기·정보공학부를 나오면 취업이 잘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변 동기나 선·후배들은 연구실에 들어갈 생각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를 위해 대부분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거나 유학을 준비한다"고 했다.

최씨는 "저는 대학 1학년 때 영화 시청 및 제작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이 직업에 대한 진짜 매력을 느꼈다"며 "군대 전역 이후 공모전에 참가해 우수팀으로 뽑혀 상금 500만원을 받았을 때, 이 일이 적성에 맞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전공 친구들이 연구실 등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방향이) 점점 달라지는구나'를 느낀다"면서도 "그 친구들이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낸 만큼 저는 영화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이들을 비롯해 서울대 내부에서도 전문직 및 대기업 등 겉으로 보여지는 직업을 주로 찾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안정성은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목표나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으로 닥쳐온 경제 위기로 인해 일부 대기업들이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공채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등 '평생 직장'이라는 인식이 사라지면서 작은 기업이라도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매출액 500대 기업 2021년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0개 기업 중 70개(63.6%)가 새로운 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거나, 아직까지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 중 신규 채용이 하나도 없는 기업은 19개(17.3%), 채용 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기업은 51개(46.3%)에 달했다.

오성은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전문위원은 "서울대 학생들도 무작정 대기업에 취업을 하기보단 상담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과거에는 동료나 학과 선·후배들이 갔던 길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높은 급여 대신 자신의 삶을 개발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 추세"라고 했다.

오 전문위원은 "예전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40대 중반에도 퇴직을 하거나 신입사원 때도 적성이 안 맞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꼭 전공 관련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과 소질을 가꿀 수 있는 직업을 쫓고, 아니면 직접 창업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 등 테두리를 벗어나 일이나 직업 등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추세는 많은 선진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과거 공동체나 집단 등에서 개인에게 정해줬던 '살아가야 할 방향' 및 '전통적 가치 규범' 등이 사라지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가꾸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임 교수는 "이제는 사회가 개인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는 만큼 개인이 자신의 삶을 기획하려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라며 "돈을 추구하는 본성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일을 하더라도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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