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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실타래 꼬인 쌍용차 P플랜…HAAH 결정 미루는 이유는?

등록 2021.03.23 0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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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실타래 꼬인 쌍용차 P플랜…HAAH 결정 미루는 이유는?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쌍용자동차의 사전회생계획안(P플랜)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투자 유치 지연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 노사는 1~2월에 이어 3~4월 임금도 50%만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쌍용차는 당초 이달 중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인수확인서(LOI)를 받고, 이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P플랜에 대한 동의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HAAH측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0일까지 투자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HAAH오토모티브에 통보했지만, HAAH는 자료 검토 등을 위해 일주일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가 여전히 있지만 중동과 캐나다 등의 투자자들이 악화된 쌍용차 경영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메인 전략적 투자자(SI) 캐나다 업체 1곳, 금융투자자(FI) 중동 업체 2곳과 컨소시엄을 구성,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75%인 마힌드라의 지분율을 25%로 낮추고 HAAH가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51%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액을 웃도는 3700억원 규모의 공익 채권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HAAH는 KDB산업은행에 28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산은은 HAAH의 투자 결정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AAH의 투자 결정과 자금조달 능력,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등을 확인한 후 쌍용차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힌드라 감자 승인 지연, HAAH오토모티브 투자결정 지연 등으로 예상보다 일정이 늦춰지며 쌍용차의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車블랙박스]실타래 꼬인 쌍용차 P플랜…HAAH 결정 미루는 이유는?

쌍용차는 연결재무재표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59.4% 감소한 4494억원, 순손실이 47.8% 감소한 504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5일 정정 공시했다. 당초 쌍용차는 지난해 영업손실 4235억원, 당기순손실 4785억원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해 공시한 바 있다. 정정 공시에 따라 쌍용차의 부채 총계는 1조8309억원에서 1조8568억원으로 256억원 늘었다. 자본 총계는 -622억원에서 -881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108.3%에서 111.8%로 악화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채권단 측에서는 쌍용차가 인건비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AAH와의 매각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제시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인건비 절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선장과 선원이 팔 것은 다 팔고 버릴건 다 버려야 한다"며 "뼈를 깎는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밝힌 것 역시 인건비 삭감과 인력 축소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겪은 쌍용차는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인도를 방문,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2009년 쌍용차사태 당시 일자리를 잃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요청했고, 쌍용차는 지난해 1월 마지막 남은 46명의 해고자를 복직시켰다. 이 때문에 정부가 쌍용차에 감원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남은 것은 임금 삭감이지만 이 역시 여력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2019년 기준 쌍용차 직원 5003명의 평균 급여는 8600만원이다. 하지만 쌍용차가 이미 지난해 자구노력을 통해 전 임직원 20% 임금삭감을 진행한데다 경영 악화로 잔업과 추가근무 등이 줄면서 쌍용차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이미 6000만원선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쌍용차의 직원은 4880명, 1~3분기까지의 평균 임금은 4800만원 수준이었다.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졌을 경우 쌍용차 직원들의 연 평균 임금은 6400만원을 나타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HAAH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고 산은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HAAH가 쉽사리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고, 산은 역시 HAAH의 투자결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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