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일단 지켜보자"…서울 집값, 조정 국면 돌입하나

등록 2021.03.23 05: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 아파트값, 2·4 대책 발표 이후 6주 연속 상승폭 둔화

보유세 부담·집값 급등 피로감·금리 인상…거래 절벽 계속

신규 입주 물량 감소·3기 신도시 사전청약 대기수요 불안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2021.03.0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2021.03.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한 달 전이 마지막 거래였어요."

지난 22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호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매수자들과 버티기에 들어간 집주인들 간 팽팽한 줄다리기로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매수 문의 관련된 전화가 간간이 오지만 매수자와 매도자 간 격차가 워낙 커서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며 "집을 팔기도, 사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시세보다 수천만원 낮은 매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서울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정 호가 이하로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과 집값이 하락하면 매수에 나서겠다는 매수 대기자의 눈치 보기가 치열해지면서 '숨 고르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2·4 공급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오는 6월 양도소득세 중과 회피를 위한 매물이 거래된 이후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주택시장에선 정부의 2·4공급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의견과 일시적인 가격조정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매수 문의가 끊긴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2·4 공급 대책 발표 이후부터 6주 연속 상승 폭이 둔화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6% 올라 상승률이 전주(0.07%) 대비 소폭 줄었다. 서울은 2·4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 주 0.10% 상승하며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6주 연속(0.09%→0.08%→0.08%→0.07%→0.07%→0.06%) 상승 폭이 주춤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23% 올라 전주 0.24% 보다 소폭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0.06% 올라 전주 0.07% 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23% 올라 전주 0.24% 보다 소폭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0.06% 올라 전주 0.07% 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 전역에서 시세보다 낮은 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는 이달 2일 2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종전 거래(지난달 24일) 24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매됐다. 또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차(전용면적 45.9㎡)는 이달 12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1월27일) 6억2000만원보다 7000만원 하락했다.

거래 절벽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458건으로, 전월(5683건)의 25.7%에 그쳤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8301건) 대비 17.6%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정부의 2·4 대책의 효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도 증가 등으로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집값 상승세가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집값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과 금리 인상 움직임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 심리도 꺾였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의 주택 매수우위지수는 전주 대비 7.9p 줄어든 82.4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수우위지수는 지난해 11월 말 100선을 넘긴 뒤 올해 1월 중 114.6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1일 100선 아래로 떨어진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거래 감소와 일부 호가를 낮춘 거래만으로 주택시장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2·4 공급 대책이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청약보다 매매로 선회해 집값을 다시 자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도 줄어든 것도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만5520가구로, 지난해(5만289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2·4 공급 대책을 통해 공급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정부의 2·4 대책 효과는 정부의 재발방지 대책과 향후 주택시장의 변화를 좀 더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보유세 부담 강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주택 거래 전체가 위축됐다"며 "일부 거래만으로 집값 하락을 예단하는 건 무리고,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