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車블랙박스]심각해지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배경은?

등록 2021.03.30 07:15:00수정 2021.03.30 09:51:1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세계 자동차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몸살을 앓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제네럴모터스(GM)·포드·토요타·스바루·닛산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단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재고를 많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자동차·기아도 주말 특근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중국에서도 이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 수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 단위로 재고 점검을 하며 생산계획을 점검 중이다. 기아는 4월에도 주말특근을 하지 않기로 했고, 현대차도 4월 특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현대차·기아는 올초부터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에 반도체 재고 확보를 맡기지 않고 직접 반도체 생산업체와 물량 확보 협상을 벌이고 있다. MCU는 자동차에서 여러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당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다음달까지 품귀사태가 이어지면 특근 취소에 이어 감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는 현대차가 지난해 반도체 재고를 많이 확보해둔 덕에 현재까지 버티고 있지만 4월부터는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수급 불안과 전세계적 전동화 추세 때문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부품 발주를 줄었고,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수요가 증가한 노트북, 태블릿, 기타장비 쪽의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자동차 수요 회복이 빨라지며 품귀 현상이 극심해졌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과 제네럴모터스 등 세계 완성차업체가 경쟁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미국 택사스 한파로 2월17일부터 오스틴 지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 19일에는 MCU 세계 생산 2위인 일본 르네사스에서 화재까지 발생하며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일본 르네사스 화재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을 한층 심화시켰다. 르네사스는 생산 재개 시점을 1개월 이내로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공급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직접 르네사스에서 반도체 물량을 공급받고 있지 않지만 르네사스 반도체를 상당량 사용하고 있는 일본 부품업체 덴소에서 일부 부품을 납품받고 있다. 현대차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는 NXP·인피니온·ST마이크로의 경우 생산에 문제가 없지만 르네사스에서 납품받던 토요타·혼다·포드 등이 가격경쟁을 벌이며 물량확보에 나설 경우 단가 상승과 품귀 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면 자동차 생산 원가는 약 0.18% 올라가게 된다"며 "이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을 1%대 감소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올해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차량을 원활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GM 미주리주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가동을 일부 중단한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픽업트럭 GMC 캐니언과 쉐보레 콜로라도 등의 생산이 중단된다. GM은 이와 함께 미주리주 공장의 하반기 가동중단 기간을 예정보다 2주 앞당겨 5월24일부터 7월19일까지로 정했다. 미시간주 공장도 가동 중지 기간을 다음달 중순까지 2주 늘렸다.

GM 캔자스주 공장과 캐나다 잉거솔 공장 역시 지난달 초 가동이 중단됐고 다음달 중순까지 계속 멈춰서 있을 전망이다. 한국지엠 역시 글로벌 생산계획에 따라 부평 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엠덴 공장을 지난 1월 2주간 멈춰세웠으며, 지난달부터는 감산에 들어갔다. 독일 폴프스부르크 공장도 지난해 12월말부터 2월말까지 감산키로 했다.

포드도 멕시코 2개 공장과 독일 자를루이 공장을 지난 1월 가동 중단했다. 토요타, 아우디, 혼다, PSA, 닛산 등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셧다운 등 감산을 하고 있다. 테슬라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3 생산을 중단했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모델Y의 가격을 140만원가량 인상했다. 업계는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이 가격 인상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는 29일부터 닷새간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도 반도체 부족 사태로 공장을 멈춰세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9일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현황 및 강화방안' 자료를 내고 우리나라도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고 안정적인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협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 기준 세계 점유율은 미국 31.4%, 일본 22.4%, 독일 17.4%였다. 자동차 생산 대수 기준 점유율은 미국이 11.7%, 일본 10.5%, 독일 5.5%였고, 수출액 기준으로는 미국 8.1%, 일본 11.9%, 독일 17.0%였다. 세 국가 모두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자동차 생산·수출 점유율과 비슷하거나 크게는 3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 세계 점유율이 대수 기준으로는 4.3%, 수출액 기준 4.6%였는데 차량용 반도체 매출액의 세계 점유율은 2.3%로 자동차 생산 및 수출 점유율에 비해 절반 정도 작은 것으로 나타나 주요국과 대조를 이뤘다.

무협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트렌드가 차량 내 전기·전자부품 및 소프트웨어의 확대, 차량 연결 및 통신 네트워크 고도화, 자율주행 등으로 옮겨가면서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부가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지닌 분야를 중심으로 차량용 반도체 산업의 기초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이준명 수석연구원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이상기후, 화재, 지진 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인한 공급부족 사태에도 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