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피처폰 명가의 퇴장…LG 휴대전화 26년 만에 마침표

등록 2021.04.05 12:32:1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LG전자, 7월31일자로 휴대폰 사업 종료 결정

1995년 첫 휴대전화 '화통' 출시 후 26년만

2000년대 초콜릿폰 등으로 피처폰 명가 등극

스마트폰 시대 흐름 놓쳐 2010년 이후 내리막

적자 누적, 경쟁력 확보 실패에 결국 철수 결정

"미래차 부품 등 새로운 성장 산업에 집중할 것"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LG전자가 적자를 내던 스마트폰 사업부 철수를 확정한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LG전자 매장에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다. 2021.04.0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LG전자가 적자를 내던 스마트폰 사업부 철수를 확정한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LG전자 매장에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다. 2021.04.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1990년대 처음 모바일 사업에 진출해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 명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스마트폰 시대 들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20년이 넘는 역사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미래 준비를 강화하기 위해 7월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전자 모바일사업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은 1995년 '화통(話通)'이라는 브랜드로 모바일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1998년에는 국내 최초 폴더형 디지털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싸이언' 브랜드의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들어 모바일 기기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LG전자는 휴대전화 신화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2000년 LG정보통신과 합병한 LG전자는 2006년 누적 판매량 1000만대가 넘은 초콜릿폰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피처폰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샤인폰, 뷰티폰, 보이저폰, 프라다폰 등 히트작을 연이어 선보이며 연간 판매량 1억대를 넘어섰다. 한 때 세계 시장에서 노키아와 삼성전자에 이어 3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스마트폰 시대 이후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애플은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혁명'을 선포했다. 하지만 LG전자는 피처폰의 영광에 안주해 스마트폰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이 2007년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했을 때 스마트폰이 불러올 변화를 과소평가하고 피처폰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선택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휴대전화 사업은 2010년 이후부터 부진의 연속이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옵티머스G, 옵티머스G프로 등이 잠시 선방했지만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의 아성에 도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1~2% 수준으로 10위권에 머물러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밀려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이른다. 2015년 14조원 수준이었던 MC사업본부의 매출액은 2019년 5조9000억원 수준까지 축소됐다.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4년째를 맞는 LG는 이처럼 지속적인 부진을 겪고 있는 휴대전화 부문에 과감하게 메스를 댔다. 성장기를 끝내고 정체기를 맞은 스마트폰 시장에 자원을 소모하는 것보다 미래차 등 새로운 성장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LG전자는 이 같은 시장 상황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했고, 오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