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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비운의 쌍용차'…12년만에 다시 법정관리 위기

등록 2021.04.06 0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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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비운의 쌍용차'…12년만에 다시 법정관리 위기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쌍용자동차가 2009년 이후 12년만에 다시 법정관리 개시 수순을 밟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이 이르면 오는 8일, 늦어도 다음주 중 쌍용차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쌍용차의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법원이 정한 시한인 지난달 31일까지 인수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법원은 쌍용차 회생절차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HAAH측은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원이 어떤 결정을 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쌍용차에 시간을 더 주자는 입장이며, 쌍용차 역시 HAAH의 인수의향서를 기다리고 있다. 법원도 쌍용차 법정관리의 후폭풍을 의식하는 분위기인 만큼 쌍용차에 다소간의 시간을 더 줄 가능성도 있다.

2016년 4분기 이후 매 분기 적자를 이어온 쌍용차는 지난해 12월21일 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하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업계는 국내 자동차업계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경쟁 심화와 내연기관차 시대 종식 등 미래차 시대 가속화 등이 쌍용차의 위기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쌍용차의 유력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며 경쟁모델이 쏟아져 나왔다. SUV 경쟁이 치열해지며 쌍용차의 우위가 사라지고, 수익성도 악화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가솔린,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디젤 중심이던 쌍용차에는 악재가 됐다.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대주주 마힌드라의 경영이 악화한 것 역시 쌍용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는 지난해 1월 2022년 쌍용차 흑자전환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하고 23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해 4월 이 계획을 철회했고 6월에는 쌍용차 지배권을 포기하고 새 투자자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해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와 협의를 진행해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뒤, 회생 계획안을 채권자들과 공유해 단기법정관리(P플랜)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대주주 마힌드라가 감자를 통해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는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내용이었다.

쌍용차는 재판부에 P플랜 및 일반 회생절차에 필요한 1억4000만원을 납부한 상태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HAAH 투자의향서를 제외한 보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가 차일피일 투자 결정을 미루며 쌍용차의 경영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쌍용차의 연결재무재표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이 59.4% 감소한 4494억원, 순손실이 47.8% 감소한 504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HAAH는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고, 산은은 HAAH의 투자 결정과 사업계획,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선제돼야 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AAH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금보다 많은 쌍용차의 공익채권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경영난으로 물품대금과 월급 등을 공익채권 형태로 빌려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37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채권은 법정관리로 가도 탕감되지 않는다.

쌍용차는 매각을 용이하게 하고,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시 동삭로 455-12 외 165개 필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당장 상장폐지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해당 토지의 장부가액은 4025억8014만원으로, 쌍용차는 이들 토지를 시세에 맞게 재평가해 자산·자본 증대효과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쌍용자동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반복되는 아픔을 겪어왔다.

쌍용차는 고(故) 하동환 한원그룹 회장이 1954년 설립한 하동환자동차를 모태로 하는 회사다. 1977년 동아자동차로 이름을 바꿨고, 1986년 당시 재계 5위였던 쌍용그룹의 품에 안기며 쌍용차가 됐다. 코란도, 무쏘, 렉스턴, 체어맨 등 쌍용차의 대표모델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한국을 휩쓴 외환위기에 쌍용그룹이 휘청이면서, 쌍용차는 1998년 대우그룹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우그룹 역시 외환위기 쓰나미에 휩쓸리며 쌍용차는 채권단에 넘어갔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것은 큰 시련이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후 쌍용차가 보유한 기술을 빼내가는데만 관심을 보였고, 약속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았다. 상하이차는 기술 유출 논란 끝에 구조조정을 거쳐 2010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상하이차 사태 후 쌍용차는 법정관리와 평택공장 유혈사태 등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후 쌍용차는 안정을 찾는 듯 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2.85%를 5500억원에 인수하고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3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티볼리 흥행으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국내 SUV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폭이 확대됐고, 코로나19로 대주주 마힌드라의 상황이 악화하며 쌍용차는 또다시 법정관리 위기에 처하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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