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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악랄하게' 빈센조→모범택시…'다크 히어로물' 인기 배경은?

등록 2021.04.10 06:00:00수정 2021.04.12 10: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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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tvN 토일극 '빈센조'.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1.02.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tvN 토일극 '빈센조'.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1.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착한 주인공이 악에 맞서 승리한다는 '권선징악'형 스토리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악이 악의 능력을 정의 실현에 사용하는 내용의 다크히어로물이 주목받고 있다.

tvN 주말드라마 '빈센조'와 지난 9일 처음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대표적인 예다.

이 드라마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가 한국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숨겨진 황금을 차지하려다 대한민국의 자본, 권력 등 거대 카르텔과 맞서게 된다.

변호사이지만 마피아이기도 한 빈센조는 조직에서의 방식으로 마주하는 사건들을 처리해나간다. 이 처리 방법은 잔인하고 가혹하고 난폭하다. 그렇지만 기발하고 독특함도 겸비하고 있어 웃음까지 자아낸다.

적수의 창고 전체를 불태워 버리거나, 베일에 감춰진 비밀을 캐내기 위한 납치, 협박, 폭행 등은 예사다. 여기에 허를 찌른 침투, 두 수를 앞둔 전략 등이 돋보인다. 빈센조를 연기하는 송중기가 인생캐릭터를 찾았다는 평이 따를 정도다.

시청자들은 '사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 하지만 정의를 구현해낸다는 점에서 통쾌함을 얻는 셈이다.

시청률도 지난 2월20일 첫 방송 7.7%에서 이달 4일 11.3%까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최고 시청률이 12.4%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와 함께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 전 연령대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기록도 세웠다.

지난달 8일 넷플릭스에서는 전 세계 드라마 순위 5위에 올랐다.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베트남 등 9개국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빈센조와 함께 다크히어로물 인기를 이끌어갈 차기 주자로는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꼽힌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우리 사회에서 실제 벌어졌던, 답답함을 심어줬던 사건들도 극의 전개에 반영됐다. 웹툰 원작인 작품이지만 웹툰에는 없는 장치를 뒀다. 무지개 운수가 사적 정의를 추구하는 축이라면 공적 정의를 추구하는 검사 '강하나' 캐릭터를 둔 것이다.

사적 정의 추구와 공적 정의 추구 방식의 차이를 비교·대조함과 동시에 두 축이 정의 실현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는 측면도 관전 포인트로 꼽히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SBS TV 새 금토극 '모범택시' 2차 티저 (사진 = SBS) 2021.3.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SBS TV 새 금토극 '모범택시' 2차 티저 (사진 = SBS) 2021.3.30. [email protected]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기업경영트랙 교수(한국엔테인먼트산업학회 편집위원)는 "기존 문화콘텐츠 연구 내용을 보면 콘텐츠에 비치는 인물상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한다"며 "다크히어로가 나온다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그렇게 행복하거나,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사람들이 다크히어로를 좋아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기존 히어로가 와닿지 않는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우리 일상에서도 정의, 공정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정말 정의롭고 선한 순수 히어로가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최근 악랄한 범죄나 악행은 심해지고 있는데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의 처벌은 약하다. 이 때문에 드라마에서라도 피해자들이 겪는 악랄한 범죄에 대한 단호한 처벌, 가해자들이 더한 고통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 대중심리가 작동하다 보니 복수에 의해 주인공이 조금 더 거칠고 악당을 더 악랄하게 다루는, 강하게 처벌하는 다크히어로물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다크히어로 인기의 주된 요인을 '대리만족'으로 꼽았다.

정 평론가는 "현실적으론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드라마라는 틀 안에서 현실의 답답함, 갈증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 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다크히어로가 많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또 악의 방식으로 처벌하는 것이 더 큰 자극을 선사한다고 했다.

정 평론가는 "악의 방식으로 응징한다는 게 자극성이 훨씬 크다.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주는 측면에서 그렇다"라며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의 강도가 과거보다 굉장히 강해졌다. 그래서 아주 정상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하면 대중들에게 시원함을 주지 못한다. 그럴듯한 악이 나타나서 다른 악을 대적해주는 것에 사람들이 매료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빈센조 같은 역할을 보면 깡그리 불 질러 버리거나 하는 형태로 일 처리를 한다. 자극성이 훨씬 더 셀 수밖에 없다"고 보탰다.

다크히어로물의 인기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까.

권 교수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건 보통 3~4년 주기를 타더라. 최근 다크히어로물이 나오는 트렌드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향후 2년 정도는 계속 이런 드라마나 영화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사람들이 갑갑하고 닫혀 있는 일상을 살다 보니,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표출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코로나19도 좀 사라지고, 정치나 사회 분야에서 올바른 롤모델이 나타난다면, 다시 흐름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tvN에서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악마판사'도 다크히어로물로 기대를 모은다. 전 국민 참여 라이브 법정 쇼를 소재로 하는데, 이 법정 쇼에서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을 가차 없이 징벌하는 악마판사 '강요한'이 등장한다. 모두의 영웅인지, 법관의 가면을 쓴 악마인지 헷갈리게 하는 악마판사 역할은 배우 지성이 맡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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