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빚기 문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
[서울=뉴시스] 막걸리 (사진 =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1.04.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문화재청은 '막걸리 빚기 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지정 예고 대상은 막걸리 빚는 작업은 물론이고, 다양한 생업과 의례, 경조사 활동 등에서 나누는 전통 생활관습까지를 포괄한 것이다.
쌀 막걸리는 쌀을 씻어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 누룩과 물을 넣고 수일 간 발효시켜 체에 거르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막걸리의 '막'은 '마구'와 '빨리', '걸리'는 '거르다'라는 뜻으로 거칠고 빨리 걸러진 술을 말한다. 명칭이 순우리말일 뿐만 아니라 이름 자체에서 술을 만드는 방식과 그 특징이 드러나 있다.
[서울=뉴시스]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 중 '점심'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21.04.13. [email protected]
우선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다는 점, 삼국 시대부터 각종 고문헌에서 막걸리 제조방법과 관련된 기록이 확인되는 점, 식품영양학, 민속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술연구 자료로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막걸리는 멥쌀, 찹쌀, 보리쌀 등 곡류로 빚기 때문에 삼국 시대 이전 농경이 이뤄진 시기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미온(美醞)' '지주(旨酒) '료예(醪醴)' 등 막걸리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된다.
고려 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등 당대 문인들의 문집에도 '백주(白酒)' 등 막걸리로 추측되는 용어가 확인된다.
조선 시대 '춘향전'와 '광재물보'에는 '목걸리', '막걸니' 등 한글로 표기된 막걸리를 찾을 수 있다. '규합총서' '음식디미방'을 비롯한 각종 조리서에서도 막걸리 만드는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막걸리 거르는 모습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1.04.12. [email protected]
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제조 과정이 간단한 만큼 그 값이 저렴해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농사꾼들 사이에서는 "같은 품삯을 받더라도 새참으로 나오는 막걸리가 맛있는 집으로 일하러 간다"고 할 정도로 농번기에는 땀 흘린 후 갈증을 해소해주는 농주였다.
막걸리는 예부터 마을 공동체의 생업·의례·경조사에서 빠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막걸리는 신주(神酒)로서 건축물 준공식, 자동차 고사, 개업식 등 여러 행사에 제물로 올릴 정도로 관련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국가무형문화재 밀양백중놀이 농신제(農神祭) 제상차림 (사진=문화재청 제공) 2021.04.13. [email protected]
근대 후 국가 정책 흐름에 따라 가양주 대신 양조장 막걸리가 일반화되고 재료가 변화했지만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2000년대 이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자가 제조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뉴시스] 막걸리 (사진 =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1.04.13. [email protected]
이번에 지정 예고된 '막걸리 빚기 문화'는 2019년 '숨은 무형유산 찾기'와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을 통해 국민이 직접 국가무형문화재를 제안해 지정 예고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13일부터 5월12일까지 30일간 '막걸리 빚기 문화'를 지정 예고한다.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 수렴 후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예고 기간에 문화재청 웹사이트 외에도 '케이(K) 무형유산 동행'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서 ‘막걸리 빚기 문화’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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