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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세대]⑭"공동체? 믿을건 나 자신뿐"…씁쓸한 각자도생

등록 2021.04.15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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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MZ세대, 더 독특한 C세대

행동양식 주목받지만 좌절감 심해

보호장치 부실, 현실은 "각자도생"

"주거문제 가장 답답"…정책 불신

"공부 열심히해 바보"…교육 불신

"언론이 본질 파악 외면" 지적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Q. '청년 세대가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A.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해요"
A. "아니요. 버림받았다고 생각해요ㅠㅠ"
A. "사회 공동체라는게 존재하나요? ㅋㅋ"

이른바 'MZ 세대'로 분류되는 20대 청년들에게 물음을 던지자 돌아온 답변이다.

MZ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2000년대 초반생들을 아우른 청년 집단을 뜻한다. 2000년대 이후 사회에서 주로 자라난 이들로 이해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사용하는 용어다.

한국사회의 MZ 세대는 조금 더 특수하다.
 
20대에 주로 포진하고 있는 이들은 유년기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7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잇따라 겪었다. 국가 재난급 위기(Crisis) 속에서 성장해 'C세대'로 표현할만하다.

위기가 일상이 되다보니, 위기를 내재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성세대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행동양식이 주목받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불안정한 현재와 불안한 미래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도 노출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 문제는 오랫동안 이어진 문제지만, 현재는 그에 더해 코로나 재난이 겹쳤다"며 "코로나 세대이기도 한 지금의 청년층은 앞서 선배들이 겪은 상태에 비해 느끼는 좌절감이 더 심각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청년층을 덮친 위기는 심화됐지만, 심화된 위기를 상쇄할 뚜렷한 요소는 없다. 이 때문인지 뉴시스가 만난 20대 청년들은 일관되게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6년 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김모(29)씨는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도생한지 오래"라며 "장년도 노년도 미래가 없기에 공동체가 청년들을 보호할 힘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정모(26)씨는 "사회공동체라는게 존재하는 지 모르겠다. 각자도생 아니냐"고 자조했고, 대학을 갓 졸업한 이모(24)씨는 "청년층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보호장치가 없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서울=뉴시스] 뉴시스 창사 20주년 특집 ‘C세대’ 글 싣는 순서.

청년들이 공동체의 보살핌과 보호장치를 찾는 이유는 수도 없다. 취업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로나 사태로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주거는 불안정해지고, 하루가 멀게 찾아오는 '코인 대박', '주식 대박' 뉴스는 박탈감만 키운다.

실제 청년들이 언급한 답답함의 원인도 다양했다.

김씨는 "취업을 해도 하루살이처럼 살아간다. 근로소득으론 아무리 모아도 내집 하나 마련하지 못한다"고 했다. 류모(29)씨도 "주거문제를 생각하면 답답하다"며 "굳이 집을 사지 않고 싶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없다"고 했다.

정씨는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배우지 않아 많이 해매는 것 같다. 학교 공부만 열심히해 오히려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복모(24)씨도 "교육 정책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교육을 받고 일관된 경험과 스펙을 쌓지만,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경제적 문제까지 발생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이씨는 "많은 언론이 청년 실업률을 논하고 취업난을 다룬다. 하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실업률'과 '취업난'에 집중할 뿐 실제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을 전달하거나 원인을 파악하려는 내용은 잘 다루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또 "언론이 문제를 다양하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해 국가정책과 기업이 올바른 방향을 잡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정부정책, 취업 현실과 괴리된 학교교육,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지 못하는 언론 등 모두가 현재 청년문제의 공범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와 사회가 청년들을 포용하기 위해 책임감을 느끼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교수는 "노동집약적 성장을 하던 과거에는 일자리가 많았지만, 성장률은 낮아지고 그마저도 기술과 자본에 집약한 형태로 변화했다"며 "구조적 여건 자체가 청년들이 설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정책에 한한다면 청년보장제를 위해 청년기본법이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소득과 부채, 생활 등 경제적인 면에서 정부가 청년들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풀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실현해야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과서와 학교에서는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을 존중하라고 가르치지만 실제 사회와는 괴리가 있다"며 "사회가 청년들의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집단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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