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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포용적 구조전환 위한 탄소중립 정책의 과제

등록 2021.04.22 13:00:00수정 2021.05.10 09: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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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 대응이 공통 목표가 되면서 세계 경제 질서 역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70여 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민간 부문에서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RE100 참여와 ESG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 속, 우리나라 정부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 이니셔티브로서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포함한다.

정부 계획과 추진내용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경제회복 탄력성을 이끄는 대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부터 "이전 정부들이 추진한 산업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까지. 그렇다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정치적 구호가 아닌, 국가 경제시스템 전환이라는 중장기적 대안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탄소중립 정책에는 국가의 중장기 전략선택에 따른 기회비용과 전환비용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구체화하여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및 산업구조 전환은 화석연료의 퇴출, 화석연료 기반 산업의 상대적 위축 등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그에 따라 그간 우리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온 제조업 부문에 위기를 가져옴과 동시에 부문 간, 계층 간 새로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60억 달러에 달하는 탄소 좌초자산 위험이 존재하여, 비교 가능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산업구조 전환 이행관리가 우리나라에서 특히 중요함을 시사한다. 혹자는 저탄소·기후변화 대응정책에 따른 위축 기업의 시장 퇴출과 좌초산업 내 근로자들의 일자리 대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이는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미래 유망 기술개발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논의에 앞서, 탈석탄, 내연기관 퇴출, 에너지 시장 개편 방안 등 현실적 문제들에 직면해야 함을 암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탄소중립 경제체제로의 이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전환과정에 피해를 보는 기업(산업), 노동자,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이뤄냄으로써 시스템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우선 저탄소·기후변화 대응정책 추진으로 인한 '괜찮은(decent) 그린 잡(green job)' 창출은 저절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not by default), 노동 재배치(이동)를 촉진하는 노동환경 개선, 교육 및 학습체계 개선 등 정책설계를 바탕으로(but by design) 이뤄질 수 있다. 그에 따라 정부는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일자리 및 직무 수요 예측과 함께, 이에 따라 요구되는 핵심역량과 인력공급 전망을 이뤄내는 등 예견적 정책 인텔리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산업구조 재편에 따라 차별적 영향을 받게 되는 직무와 일자리 규모를 산정하고,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근로자들의 업스킬링(up-skilling)과 리스킬링(re-skilling)을 지원하는 예산 마련과 교육·학습체제 정비를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근로자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는 조직 및 작업환경 개선이 이행되어야 한다. 산업 및 기업 부문은 학습을 중시하는 조직으로의 일터혁신을 강조하며, 재직자들의 학습 수요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직무·역량 중심 교육체계 구축을 이뤄내야 한다.

탄소중립 추진과 ESG 확대에 따라 새롭게 요구되는 직무역량을 명확히 식별·공유하고, 기업 수요에 부합하는 기업 주도 재직자 학습(교육)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능동적 직무역량 개발을 위해 유급휴가 훈련제도나 학습휴가 제도 등 유인체계를 활성화함으로써, 재직자들의 학습역량 강화를 뒷받침하는 근로조건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터혁신과 지역밀착형 그린뉴딜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기반 노사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탄소중립 정책 추진으로 인한 좌초산업 및 부문에 있어서는 피해 및 손실에 대한 금전적 보상 지급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능동적으로 저탄소 및 친환경 전환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의 정책접근이 요구된다.

우선 탄소가격 시그널 강화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전환기금을 마련·확충함으로써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이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근로자 및 지역에 시기별 보상(지원)금을 차등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독일은 온실가스 배출권 수입재원을 활용해 석탄화력발전 사업자와 관련 지역에 보상·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공정한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좌초산업 중심 주요 거점별 탄소중립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지역주도 친환경·저탄소 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좌초산업 및 부문에 대한 전략적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구매조건부 조달 혁신, 규제 특례 지구 확대 등을 이행함으로써, 좌초산업(부문)의 성공적 전환 사례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탄소중립 전환의 수용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른 산업, 에너지 및 노동시장 변화 적응을 뒷받침하는 혁신 주체 간 다양한 협업모델 모색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정책 수용성 제고와 갈등관리의 합리화를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른 긍정적·부정적 영향과 관련한 주요 데이터 및 증거를 축적하고 공유함으로써, 저탄소·친환경 산업구조로의 재편이 일자리와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편익이 크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전환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탈탄소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기업·시민 중심 거버넌스 체계를 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로컬(local) 단위 혁신 주체들이 지역 고유 특성 및 가치를 반영한 지역밀착형 혁신모델을 창출하고, 저탄소 체제로의 구조전환을 주도해 나가도록 지원함으로써, 전환비용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

이상 언급한 주요 정책적 노력을 바탕으로 정부는 '포용적 구조전환(inclusive transition)'을 실현해야 한다. 저탄소·친환경 경제체제로의 이행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zero)를 달성하겠다는 선언을 넘어, 시스템 전환의 실질적 이행을 보장하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설계로부터 시작한다. 탄소중립 체제로의 성공적 시스템 전환은 전환기에 진입한 주체들의 공감, 책임의식, 그리고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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