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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지휘로 표현 못 한 것 마음에 있는 것 피아노로 전해"

등록 2021.04.22 17: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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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 '피아노 작품집' 앨범 선발매

7년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 투어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 중 "아내가 좋아해서 나중에 언젠가 앨범에서 연주하고 싶다"며 슈만의 판타지를 즉흥적으로 연주한 뒤 손을 풀고 있다. 2021.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 중 "아내가 좋아해서 나중에 언젠가 앨범에서 연주하고 싶다"며 슈만의 판타지를 즉흥적으로 연주한 뒤 손을 풀고 있다. 2021.04.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지가 30년이 넘었지만, 제가 잃지 않는 건 (음악적) 첫사랑이 피아노였다는 점이에요. 어렸을 때 사랑하는 게 두 가지였어요. 피아노와 초콜릿. 초콜릿은 없어지고, 연주는 안 했지만 피아노는 옆에 있었죠."

지휘자 정명훈(68)이 잠시 지휘봉을 내려놓고 피아니스트로 돌아온다. 22일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을 통해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디지털 앨범을 선발매했다.

정명훈은 이날 오후 서초동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저는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아니스트라는 표현은 진짜 피아니스트들에게 미안하다"며 "피아니스트 에마누엘 악스는 연주하기 전 자신이 실수할 거 같다며, 먼저 사과를 하는데 저 역시 그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피아노를 연주할까.

 "잘 할 수 있다기 보다는 아직도 그 만큼 깊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휘자는 완벽한 음악가는 아니에요. 소리를 안 내기 때문이죠. 소리를 내는 것이 음악가죠. 지휘로 못 표현한 것,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사람은 어떻게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렇게 된 거죠. 하하."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04.22. [email protected]


지휘자로 알려진 정명훈의 음악경력은 피아노에서 시작됐다. 미국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한국인 중에서는 이 콩쿠르에서 처음 입상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살아갈 때는 항상 하루 종일 자신과 싸웠다고 기억했다. 말도 없이 방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아내도 걱정을 했다. 피아노 거장이지만 평소 우울함을 끼고 살았던 거장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일주일 동안 정명훈과 같이 다니더니 그에게 "나보다 더 우울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슈만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하고 있다. 2021.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슈만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하고 있다. 2021.04.22. [email protected]

코로나19는 지휘자로서 활동을 멈추게 했다. 예정됐던 연주의 90%가 취소됐다. 그동안 자신의 음악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피아노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정명훈은 약 7년 반 전에 피아노 앨범을 낸 적이 있다. 재즈 기타리스트 겸 ECM 레이블의 프로듀서이자 그의 아들인 정선의 제안으로 솔로 앨범 '정명훈, 피아노'를 내놓았다. 이번 앨범 역시 정선이 권했다.

지난 앨범은 슈만 아라베스크 같은 소품 위주였는데, 이번 앨범에는 위대한 세 작곡가 하이든·베토벤·브람스가 인생 말년에 완성한 피아노 곡들을 담았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그리고 브람스 4개의 소품(작품번호 119)등 총 세 곡이 담겨 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 중 "아내가 좋아해서 나중에 언젠가 앨범에서 연주하고 싶다"며 슈만의 판타지를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2021.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 중 "아내가 좋아해서 나중에 언젠가 앨범에서 연주하고 싶다"며 슈만의 판타지를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2021.04.22. [email protected]

"천재 작곡가들과 감히 저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간으로서 그 만큼 살았다는 것이 가치가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전에 이해 못한 것이 저절로 이해가 될 수 있어요.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깨닫죠. 저는 나이가 많아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1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러면서 "물론 악기가 중요하다지만 이제 어느 피아노가 중요하 게 아니라 피아노 의자만 좋으면 된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이제 원하는 대로 손가락이 잘 안 돌아가지만, 대신해 예전엔 안 보였던 것이 보여요.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더 느끼게 됐습니다."

정명훈은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7년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 투어도 돈다. 오는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24일 군포문화예술회관,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7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0일 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 중 "슈만의 판타지를 아내가 좋아해서 나중에 언젠가 앨범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답하고 있다. 2021.04.2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피아노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 중 "슈만의 판타지를 아내가 좋아해서 나중에 언젠가 앨범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답하고 있다. 2021.04.22. [email protected]

그 사이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2019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정명훈 &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세 번째 정기공연에서 지휘자로서 포디엄에 선 동시에 피아니스트로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지휘하고 연주하기도 했다.

"이번 리사이틀을 하게 된 건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정재옥) 사장님 잘못이 큽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주는 일종의 오디션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정명훈은 뒷날 또 앨범을 내게 되면 담고 싶은 곡이 있다고 했다. 한참 쑥스러워하며 곡 제목을 꺼내기를 민망해하던 그는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슈만 판타지'…"라고 말 끝을 흐리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면서 이내 바로 이 곡을 현장에서 연주했다. 

국내 클래식계에선 정명훈의 향후 행보가 관심사다. 서울시향의 예술감독 재직 시절 이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끌어올렸던 정명훈은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두루 거쳤다. 현재 공석인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유력 후보로 거명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명훈은 "책임이 있는 자리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파리 오케스트라(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15년 맡고 그만뒀는데 다들 이해를 못했어요. 오케스트라를 너무 사랑했고, 단원들을 '내 천사들'이라고 불렀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가서 연주하는 것과 책임을 맡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책임을 맡으면 어떻게라도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건 굉장히 힘든 일이죠. 자신이 없으면, 자리를 맡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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