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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질서의 공고한 벽"…암호화폐로 드러난 신·구 갈등

등록 2021.04.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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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세 폭락

2030 "본인은 100억씩 불리면서" 분노

발언 비꼬듯 '은성수 코인' 등장하기도

블록미디어가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을 기사화해서 만든 NFT(자료제공 =블록미디어)

블록미디어가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을 기사화해서 만든 NFT(자료제공 =블록미디어)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와 관련한 "잘못된 길",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한 가운데, 그 여파가 결국 신·구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은 위원장에 대한 젊은세대의 분노 섞인 글이 계속되고 있고, 한 30대 직장인이 은 위원장을 겨냥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4050 인생 선배들에게 배운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몇 시간 만에 수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꼰대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암호화폐가 기본적으로 기존 통화질서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볼 때 이 같은 신·구 갈등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24일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께 비트코인은 개당 5698만8000원에 거래됐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 약 13.78% 하락한 셈이다. 22일 은 위원장이 암호화폐 관련 폭탄발언을 한 뒤 6000만원 선 붕괴에 이어 5000만원 중반까지 하락해 13%대 급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30대들은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은 위원장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커뮤니티로 꼽히는 코인판, 비트맨 등에서는 "본인 자산은 100억씩 불리면서 서민들은 돈 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에서야 가상화폐 발언으로 아차 싶어서 청년과 소통을 주고 받고 싶다?", "은성수의 헛소리로 인해 코인에 투자한 2030세대들의 정부를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등의 글들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지난 22일에는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은 위원장은 사퇴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려 하루만에 4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청년 초선인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암호화폐라는 뜨거운 감자가 젊은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2. [email protected]

일부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암호화폐의 특성 상 예견된 갈등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지금은 숨만 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결국 기성 통화질서가 가진 공고한 기득권의 벽이 암호화폐와 충돌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의 기초인 비트코인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과, 이로 인한 구제금융 및 양적완화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다만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프리미엄이 빠져 암호화폐 시세가 정상 궤도에 들어섰다는 반응도 있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해 2018년 초 이른바 '박상기의 난' 당시 천문학적인 수준의 투자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30대 직장인 민모씨는 "(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덕분에 프리미엄이 빠졌다"면서 "의도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흔히 부르는 '김치 프리미엄'이 빠졌는데, 해외 거래소 차트상으로 (볼 때) 어차피 빠질 거였다"고 말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에선 은 위원장을 비꼬듯 은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취재기사가 '은성수 코인'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해당 코인은 NFT 코인거래소 오픈씨(OpenSea)에 지난 22일 등재됐으며, 1이더리움(약 270만원)에 판매됐다. 취재기사를 NFT로 만든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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