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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모두의 숙제 된 '기후변화' 대응…韓 수출기업도 어깨 무겁다

등록 2021.04.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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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美·EU·中 탄소국경세 6100억' 전망

해외 車 환경 규제, 공급망 압박 등도 부담

대외수출도 높은 韓…무역환경 변화에 긴장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4.22.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4.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지난 22일 세계 40개국 정상들이 화상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기후변화'라는 하나의 대의명분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화석연료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는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고 국제적 차원의 공조를 꾀하고 있지요. 우리 정부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선언하고, 그린뉴딜 정책 이행을 통한 탈(脫)탄소사회로의 전환에 나섰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다만 변화의 길목마다 상당한 진통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그중 하나가 무역환경의 변화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국경세 등이 우리 수출 기업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입니다.

그린피스가 올 초 내놓은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23년 한국 주요 수출업종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3개 지역과 교역을 위해 총 6100억원을 탄소국경세로 지불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세가 있는 수입국에서 수출국의 탄소 비용을 고려해 관세가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주요 선진국은 이러한 규제 정책을 계획하거나 실행 중이지요.

EU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로 역내 물품이 타국 물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자, 탄소국경세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늦어도 2023년부터 관련 법안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화상으로 기후 정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1.4.22.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화상으로 기후 정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1.4.2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EU와 동등한 수준의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공언했고, 타국가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탄소 조정비용 또는 쿼터를 설정한다고도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탄소국경세 도입 원년으로 예상되는 2023년에 한국 기업들은 EU, 미국, 중국에 각각 2900억원, 1100억원, 21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지급해야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2030년에는 이 금액이 크게 늘어 EU 7100억원, 미국 3400억원, 중국 8200억원 등 총 1조8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우리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시장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1년 3월 수출입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중국, 미국, EU 지역으로의 수출액은 총 276억9900만 달러로, 전체 월 수출액(538억3000만 달러)의 51%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츠비카우=AP/뉴시스] 지난해 2월25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주 츠비카우에 있는 폭스바겐 그룹 공장에 전기차 ID.3가 늘어선 모습. 2021.01.14.

[츠비카우=AP/뉴시스] 지난해 2월25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주 츠비카우에 있는 폭스바겐 그룹 공장에 전기차 ID.3가 늘어선 모습. 2021.01.14.


문제는 탄소국경세 외에도 한국 수출기업의 부담을 키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해외 자동차 환경 규제로 인한 영향이 예상됩니다. 세계 곳곳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고, EU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초과량에 대해 강력한 벌금을 부과하는 규제를 이미 도입했습니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지속가능한 수출모델에 적합한 생산체계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기업 중심으로 공급망 규제도 강화될 듯합니다. RE(Renewable Energy)100으로 인한 영향을 살펴볼까요. RE100은 참여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입니다.

2020년 12월 기준 전 세계 276개 기업이 가입했는데요. 자발적 협약이긴 하지만 가입기업들은 전체 공급망에 걸쳐 협력사들의 가입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에 직·간접적 영향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기관이 기후변화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도 매섭습니다.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기후변화 대응에 우수한 기업에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안=뉴시스]김선웅 기자 = 충남과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상태를 나타내는 등 올 겨울 들어 첫번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0일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가 흐리게 보이고 있다. 2019.12.10. mangusta@newsis.com

[태안=뉴시스]김선웅 기자 = 충남과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상태를 나타내는 등 올 겨울 들어 첫번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10일 충남 태안군 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소 일대가 흐리게 보이고 있다. 2019.12.10. [email protected]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는 2020년 12월 기준 1307개에 달합니다. 국내 발전사가 참여를 검토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과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화력발전 투자에 관련 투자기관이 반발한 사례도 있지요.

이처럼 전방위한 변화 속에서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과도기적 단계입니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개발(R&D) 조직을 보유한 기업 중 탄소중립과 관련 있다고 답한 기업에 준비단계 수준을 묻자, 60%는 "탄소중립 관련 준비가 시작 단계이거나 아예 준비도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기술확보 시 최대 애로사항으로 '비용부담'(58.9%)을 꼽았는데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기업과 정부의 역할분담 및 협력'(39.3%)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전지구적 목표인 저탄소 사회로의 대전환은 단순히 비용부담만 발생하는 사회가 아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관련 무역환경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면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금이 갈 수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은 대외 수출 의존도가 상당합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 평균 약 30%입니다. 미국은 10%를 웃도는 수준이며 중국과 일본은 약 18% 정도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무려 40%에 달하지요. 무역의존도 또한 60%를 넘어 2019년 기준 G20 국가 중 독일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이 외국의 규제와 정책 변화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산업계 간 협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세쓸통]모두의 숙제 된 '기후변화' 대응…韓 수출기업도 어깨 무겁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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