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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와인, ‘자연주의’를 말하다

등록 2021.05.01 09:00:00수정 2021.05.11 15: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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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역사와 캘리포니아 와인⑤

유기농 와인과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으로 유명한 ‘본테라 와인’. (사진=본테라와인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유기농 와인과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으로 유명한 ‘본테라 와인’. (사진=본테라와인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편에서 와인 역사에 등장하는 소노마와 나파 지역의 몇몇 이름있는 와이너리를 둘러봤다.

샌프란시스코에 조금 더 머무는 여유가 있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몇 곳을 더 방문할 수 있다. Route101의 북쪽으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산타 로사를 지나면 ‘켄달 잭슨 와이너리(Kendall-Jackson Wine Estate)’가 있다. 산타 로사 와인도 넓게는 소노마 AVA에 속한다.

켄달 잭슨 와인은 1982년 빈티지의 샤도네 리저브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 와인은 전미 와인 콘테스트에서 플래티늄 메달을 수상했는데, 가수 레이디 가가가 직접 좋아하는 와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 만찬용 와인으로도 지정됐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특별히 좋아한다고 해 ‘오바마 와인’으로도 불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도 서빙되고 있다.

조금 더 위쪽 힐즈버그에 이르면 ‘가이저 픽(Geyser Peak) 와이너리’가 나온다. 1880년에 설립, 역사가 14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와이너리 중 하나다. 근처 알렉산더 밸리에 있던 와이너리는 2013년에 영화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에게 팔았지만 브랜드는 남겼다.

바로 위 가이저빌에는 코폴라 감독의 이름을 딴 2개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와이너리’가 있다. 코폴라 감독은 가이저 픽 와이너리를 인수한 후 1587년 아메리카 대륙에서 태어난 첫번째 영국이민자의 아이를 기념하여 와이너리 이름을 ‘버지니아 데어(Virginia Dare) 와이너리’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지금의 이름으로 다시 바꿨다.

나파의 세인트 헬레나 근처에도 코폴라 감독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가 하나 더 있다. 예전의 ‘잉글눅(Inglenook) 와이너리’를 매입해 처음 와인 사업을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아카데미상을 5번이나 받은 코폴라 감독은 오리건의 윌래메트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를 포함하여 ‘패밀리 코폴라(Family Coppola)’라는 와인 사업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캔 와인을 대중화한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가이저 빌에서 Route101을 타고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왼쪽에 ‘본테라(Bonterra) 와이너리’가 나타난다. 본테라 와인은 유기농 와인과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이미 30년 전에 유기농 와인을, 20년 전에는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의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 들어 ‘자연주의 와인’에 대한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다.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내츄럴 와인을 통칭해서 일컫는데 생산과정에서 사람의 손길 혹은 화학비료나 인공적인 첨가물 등 자연의 작용 이외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으로 외국에선 ‘개입 최소화 와인(Minimum Intervention Wine)’이라 부르기도 한다.

유기농 와인은 화학비료나 제초제, 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한 와인을 말한다. 포도 외 양조과정은 일반적인 와인 양조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오스트리아의 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1920년대에 소개한 농법인데 현대문명의 도움을 받지 않는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로 양조한 와인이다. 별자리의 운행에 따라 포도나무를 관리하고 암소의 쇠똥을 뿔 속에 넣어 땅에 묻는 등 다소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재배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흥미롭다.

내츄럴 와인도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지만 동시에 인공적인 효모나 이산화황 등 첨가물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소량만 사용한다. 필터링 공정도 거치지 않으며 전적으로 자연에 맡겨 양조한다. 실제로 생산과 유통에서는 변질이나 맛의 불안정성 대문에 애로가 많다. 환경보호, 지속가능성, 규격화 및 대량화의 반대, 생산지와 빈티지에 따른 품평의 거부 등을 들어 내츄럴 와인을 일종의 신문화 운동의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츄럴 와인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부정론자들이 내세우는 주된 이유는 우선 맛이 이상한데다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미국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과거 “내츄럴 와인은 실체 없는 사기”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결국, 좋고 나쁨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취향이라 하겠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주간 도로인 80번을 타고 동쪽으로 향하다 12번도로 접어들면 새크라멘토 근처에 센트럴 밸리에 속하는 로다이(Lodi) 지역이 나타난다. 로다이 외각의 12번 도로와 5번 도로가 교차하는 곳에 있는 ‘마이클 데이비드 (Michael David) 와이너리’는 우리나라 코스트코에서도 볼 수 있는 ‘프릭쇼(Freakshow)’ 브랜드를 생산한다.

다음 편에선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태평양 연안에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 지역을 탐방할 예정이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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