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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비자·제조사 괴롭히는 '이상한 전기차 보조금'

등록 2021.04.30 15: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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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소비자·제조사 괴롭히는 '이상한 전기차 보조금'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국내 전기차시장은 '먼저 출고해야 승리하는' 보조금 전쟁의 격전지다.

우리나라의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약 1조원(승용 5230억원)으로, 주요국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국고 지차체로 보조금 지급체계가 이원화돼 거주지·신청시기에 따라 보조금 수령 가능성이 달라져 소비자와 제조사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 액수와 소진시기도 각각 다르고, 차량별 출고시점 예상도 쉽지 않아 소비자들의 눈치싸움이 극심하다. 불확실성이 워낙 높다보니 현대차 '아이오닉5'와 테슬라 '모델Y' 등을 중복으로 예약해놓고 먼저 나온 차를 계약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전기차를 사기 위해 주소지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웃픈' 이야기도 나온다. 출고가 늦어져 대당 1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구매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한 제조사간 기싸움도 치열하다.

테슬라는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는 3월에 딱 맞춰 '모델3' 3000여대를 한국에 상륙시켰다. 다음달에도 '모델3'와 '모델Y' 최대 1만대가 평택항 등을 통해 국내에 도착한다. 테슬라를 예약하고 입고를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 보조금 1200억원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대차는 반도체 대란과 구동부품 차질 등으로 생산·출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현대차는 당초 그룹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월 8000~9000대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구동모터 수급에 문제가 생기며 지난달 7~14일 공장을 멈춰세웠다. 현재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생산량이 계획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EV6' 역시 7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오닉5'나 'EV6'를 구매하려했던 소비자들도 테슬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수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개발한 현대차그룹이 보조금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외면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은 4만5750대 규모다. 환경부 예산은 7만5000여대지만 지자체가 확보한 매칭 보조금 규모가 적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자체와 추경을 협의하고, 현재 보급하고 있는 4만5750대를 제외한 약 3만대를 올 하반기에 보급이 활발한 지자체에 재분배하는 등 최대한 수요를 맞출 것이라는 입장이다. 긍정적이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반면 미국의 경우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 특정 자동차 제조사로의 쏠림을 방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는 BEV에 최대 7500달러, PHEV에 최대 4000달러를 지원하며, 일부 주(State)는 추가로 500~3000달러의 세액공제, 차량등록세 할인, 배기가스 측정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독일은 판매가격이 낮은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전기차의 빠른 대중화를 추구하며, 일본은 주행 가능거리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경우 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중국은 전기차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중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선착순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불공평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만들지는 않는다. 지역별로 제각각인 금액을 통일하고, '선착순' 지급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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