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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라며 날리는 대북전단…"정작 北주민 거의 못봐"

등록 2021.05.07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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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4월25~29일 전단 살포"

김여정 "반공화국삐라 살포 용납못할 행위"

"대북전단, 북한 주민이 발견할 가능성 낮아"

"김여정 분노는 최고 존엄 건드린 것 관련"

"북한 내부 통제만 더욱 심해질 수도 있어"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6일 서울시내 사무실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6일 서울시내 사무실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한 탈북민 단체가 지난달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냈다고 주장하자 북한 지도부가 강하게 비난하고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처럼 매번 후폭풍을 몰고 오는 대북전단이 실제로 북한 주민에 끼치는 영향은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7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지난달 25~29일 비무장지대(DMZ) 인접 경기·강원 일대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애드벌룬 10개를 이용해 두 차례에 걸쳐 전단 50만장,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5000장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대북전단이란 북한 주민이 보는 것을 목적으로 제작한 전단지로 북한의 세습 독재와 정권의 실상을 비판하는 내용을 주로 담는다. 이번에 박 대표가 보냈다는 전단엔 "굶주린 인민의 피땀으로 핵 로케트 도발에 미쳐버린 김정은을 인류가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혀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북전단을 뿌린 단체와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2일 "얼마전 남조선에서 탈북자 쓰레기들이 반공화국삐라를 살포하는 용납 못할 도발행위를 감행했다"며 "후과에 대한 책임은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하지 않은 남조선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와 '희망'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북전단을 "사실과 진실, 자유민주의 희망을 전하는 편지"라고 정의하며 "무권리한 북한인민들 일지라도 최소한 진실을 알 권리는 있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 쪽으로 날린 전단이 실제로 북한 주민이 거주하는 곳까지 날아가기 힘든 것으로 보고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단이 적어도 평양까지 가려면 바람이 남북한 경계의 동북쪽으로 불어야 하는데 그런 날은 1년에 며칠 없다"며 "철원이나 연전 등지에서 뿌리면 북쪽으로 날아갈 확률이 10% 정도 밖에 안된다"고 했다.

이어 "그 10% 중에서도 대다수는 비무장지대에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했다. 전단을 본다면 비무장지대에 있는 군인들이 볼텐데, 그마저도 그들은 철저히 사상 교육을 받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적은 확률로 대북전단이 북한 내 주거지로 떨어져도 교화 효과는 작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대북전단을 발견할 시 당국에 신고하게 돼 있어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후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오후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6. [email protected]

실질적으로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비판의식을 심어주기 어려움에도 김여장 부부장이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북한이 '최고 존엄'인 국무위원장을 절대 중시하는 국가체제이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김 부부장의 강력한 입장 표명은 최고 존엄을 건드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 표현"이라며 "대북 전단이 더 날아오지 못하게 쐐기를 박는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2014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암살 작전을 그린 미국 코미디영화 '인터뷰'가 제작됐을 때에도 북한의 한 선전 매체는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영화로 우리 체제를 심히 모독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양 교수는 "그 영화를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없는데 반발했던 것은 국제사회든 남측이든 체제와 존엄에 대한 모독은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대북전단을 날리는 행위는 오히려 북한과 외부와의 소통을 막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해 브로커 등을 통한 음성적인 교류까지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북한 내 통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며 "남북 접경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박 대표에 대해 남북관계발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 6일 박 대표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범죄 혐의와 관련된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남북관계발전법상 처벌 대상이다. 지난 3월30일 시행된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은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단 살포 등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미수범도 처벌된다. 아울러 적용 범위 해석에 관한 예규에서는 민간인통제선 이남, 먼 바다 등에서의 살포 행위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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