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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반도체' 위기 최고조인데…5개월만에 나오는 '뒷북' 대책

등록 2021.05.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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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車 반도체 쇼크'

홍남기 "업계, 5월 수급불안 정점 예상"

정부, 이달 중 종합지원정책 발표 계획

전문가들 "파격적 지원·속도전이 관건"

"국가 차원의 국제협력 노력도 나서야"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클린룸 내부 모습 (제공=삼성전자)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클린룸 내부 모습 (제공=삼성전자)


[세종=뉴시스]고은결 기자 =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촉발된 전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응할 종합대책을 곧 내놓는다. 공급 부족 사태가 이달 정점에 달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온통 이번 지원책에 쏠려있다.

정부는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에 반도체 업계가 난감해지자,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주요국과 비교해 규모·속도 측면에서 뒤처져, 업계가 실효성을 체감할 파격적 지원안 없이는 뒷북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5월 중 車반도체 수급불안 정점 예상"

정부와 업계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본격화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5월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제9차 혁신성장 BIG3(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 추진회의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국내외 완성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고, 업계에서는 수급 불안이 5월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시 자가격리면제제도를 적극 활용해 부품 조달 기업 활동에 불편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수급난에 대한 단기 조치로 국제협력, 신속통관, 자가격리 면제 신속심사 등을 추진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4.1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4.15. [email protected]



정부는 미국, 중국 등 세계열강이 반도체 패권 다툼에 돌입하자 부랴부랴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지금 세계가 맞이하고 있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새로운 도약 계기로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며 다각도의 지원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빅3 추진회의에서 3회 연속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검토를 공식화했다. 현재는 일반 R&D 0.2%, 시설 투자 1%의 세액을 공제해 준다. 신성장·원천기술의 세액 공제 범위는 R&D 20~30%, 시설 투자 3%로 정해져 있다.

특히 정부는 이달 중순께 산업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 방안을 담은 이른바 'K-반도체 벨트 전략'(가칭)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사태에 대한 큰 틀에서의 대응 방향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세부 전략은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다시 구체화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 3월 '미래차-반도체 연대·협의체'도 구성해 운영 중인데, 현재 2차 회의까지 개최하고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 품목 구체화까지 도달한 상황이다. 3차 회의는 종합지원책 발표 이후 개최할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뉴시스]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팹리스기업인 실리콘마이스터를 방문해 차량용 전력반도체 등 주요 생산품목 전시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1.05.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팹리스기업인 실리콘마이스터를 방문해 차량용 전력반도체 등 주요 생산품목 전시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1.05.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삼성·SK 성공에 안주"…"과감·파격 지원만이 해법"

정부의 지원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업계는 기대감 속에서도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주요국에 비해 지원 규모와 속도 측면에 뒤처진 만큼, 기업이 체감할 실효성을 갖춘 총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심이 돼 강력한 지원책을 밀어붙이고, 중국은 몇 년 전부터 반도체 굴기에 나서온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과 SK가 주도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성장에 안주해 왔다"며 "정작 대기업 밑의 생태계 전반은 발전하지 못한 착시효과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반도체 업계는 지난달 대(對)정부 건의문을 통해 R&D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에 대한 50%까지의 세액공제,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공지원,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 및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인력 양성 지원체계 등을 요청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 지원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어려워도 결국 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규모로, 과감하게, 파격적으로 하지 않으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은) 산업구조상 풀 수가 없는 문제"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속도감 있는 집행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유 실장은 "(종합지원책을) 이제야 수립하려고 하지만 국회에서 (반도체 지원 특별법 등) 관련 법안이 논의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법안 통과까지 지체 없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오는 8월까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양향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양향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9. [email protected]


반도체 산업이 국제정치적 상황과 관련이 큰 만큼, 외국과의 전략적 공조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진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대만 등에 비해서 (반도체 산업 내에서) 국제 협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정부 들어 주요국과 각을 세우며 관계가 틀어진 점 등도 부족한 협력 상황에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지점이 있다"고 평했다. 앞서 반도체협회 회장단도 건의문을 통해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투자 유인책' 성격도 띠는 이번 지원책에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노리는 것은 투자를 할 것이면 미국 등이 아니라 한국에서 하라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기업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반도체 산업 구조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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