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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 소방과 시골 소방

등록 2021.05.11 13: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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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울 소방과 시골 소방

[세종=뉴시스] "속 편하게 내 집에서 사는 게 맞아, 돌아가야겠어." 먹을 게 많은 곳에 사는 서울 쥐가 부러워 상경했다가 위험도 크다는 것을 알고는 후회하며 시골 쥐가 한 말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시골 쥐와 서울 쥐'는 좀 부족하고 거칠더라도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산업혁명과 함께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 동안 급속하게 이뤄졌다. 필자가 다니던 1970년대 충남의 초등학교 1개 반의 학생 수는 보통 60명을 넘었고 전교생은 1000여 명에 가까웠다. 지금은 전교생이 60명도 안 되는 학교가 적지 않다. 고령화와 저출산의 여파는 지방이 더 심각하다. 이미 상당수 농어촌의 군 지역은 고령층의 인구가 20%를 초과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30%가 넘는 지역도 늘어가고 있다. 면 단위 지역의 경우 신생아를 안아보기 힘들고 고령자 사망이 늘면서 인구의 자연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인구 전입보다 전출이 더 많아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그 심각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충남에서도 산업시설이 적은 농어촌 지역은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필자는 서울 소방에서 상당 기간을 근무해 대도시와 도 지역 소방의 차이점을 체감하고 있다.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서울이나 광역시가 아닌 도 단위 지역의 재난·사고의 양상이 더 다양한 편이다. 일례로 빌딩·공장 화재는 지방에도 있지만 농기계 전복, 갯벌 고립, 축사·화목보일러 화재 등은 서울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유형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소방은 지역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 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충남 소방은 이런 차원에서 지역과 재난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특성화된 시책을 개발하고 있다.

첫째, 재난 발생 시 가장 먼저 출동하는 선발대를 인근 7개 소방대로 대폭 확대했다. 초기에 유효 소방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일반적으로 대도시는 3개 대를 1차 출동대로 편성하지만 소방대의 위치가 먼 지방에서 이 방식을 적용하면 소방대가 골든타임 내에 연이어 도착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에 출동하다가 복귀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미리 출동시키는 것이다.

둘째, 임산부전담구급대와 중증장애인 병원이송 서비스를 운영한다. 도시와 달리 군 단위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없어 임산부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많은 실정으로, 저출산 대책이자 고위험 임산부를 적극 보호하기 위한 시책 중의 하나다. 또 거동이 불가하거나 이동 중에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은 일반 차량으로 병원에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셋째, 의용소방대원이 홀몸 어르신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외로움이나 우울감 등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아픔을 막기 위해 안전점검과 함께 말벗을 해주는 것이다. 이 밖에 산불 진화용 특수배낭과 초고층용 화재진압드론 등 장비개발 사업도 1차 실험에서 성공을 거둬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시대와 지역 환경에 맞게 소방은 진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 옛날 시골 쥐가 속 편한 낭만을 찾았다면, 지금의 시골 소방은 안전하게 살기 좋은 터를 만들기 위해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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