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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1500자' 입장 낸 한강 대학생 친구…여론 잠재우나

등록 2021.05.17 10:38:42수정 2021.05.18 07: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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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대학생 친구 측, A4 용지 17장 분량 입장문

"억울함 해명 유족에 도리 아냐…수사협조 최선"

사건 둘러싼 의혹 16가지 구분해 일목요연 반박

"친구 기억 단편적인 것밖에…명확히 기억 못해"

대학생 죽음 무고함 주장…"불미스런 흔적 없어"

온라인 커뮤니티 "과도해" vs "여전히 친구 의심"

새벽 3시38분~4시20분 '40분 미스터리'가 관건

"수사 지켜봐달라…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주길"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앞에 시민들이 A(22)씨를 추모하며 놓여진 꽃을 바라보고 있다. 2021.05.0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앞에 시민들이 A(22)씨를 추모하며 놓여진 꽃을 바라보고 있다. 2021.05.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서울 한강공원 근처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대학생 A(22)씨 사망과 관련, 함께 술을 마신 친구 B씨 측이 침묵을 깨고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B씨를 사실상 A씨 사망의 '범인'으로 예단하는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부 과열된 여론이 가라앉을지 주목된다.

B씨 측 법률대리인 정병원 법무법인(유한)원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17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A씨 실종과 관련된 B씨를 둘러싼 의혹, B씨와 B씨 가족이 기억하는 당시의 사실관계 등을 상세히 전했다. A4용지 기준 17페이지 분량으로, 1만1545자에 달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10시가 넘어 친구 B씨를 만난다며 집 근처 반포한강공원으로 향한 A씨는 그 다음날 새벽 실종됐다가,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A씨 사망과 관련한 각종 소문과 의혹들이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고 어느덧 일부 여론은 B씨를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하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B씨 측은 A씨 사망 17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 변호사는 그동안 입장을 바로 전하지 않은 이유로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대한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에 입장을 내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알렸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경찰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A(22)씨 친구 B씨의 휴대전화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1.05.1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경찰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A(22)씨 친구 B씨의 휴대전화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1.05.12. [email protected]

이번 입장문에는 B씨를 둘러싼 의혹, B씨와 B씨 가족들이 기억하는 당시의 사실 관계 등이 비교적 상세히 담겼다. 특히 B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선 ▲신발를 버린 경위 ▲가족 중 '유력인사'가 있는지 ▲구체적 경위를 왜 숨겼는지 ▲고인과 친분 등 주로 A씨 아버지, 이외 일부 네티즌 등이 제기한 의혹들을 16가지로 구분해 정리했다.

B씨 측 주장을 종합해보면, 대학 동기인 B씨와 A씨는 함께 독서실을 다니고 해외여행까지 같이 가는 등 절친한 사이였다.
실종 발생 전날인 지난달 24일 B씨는 오후 10시 넘어 A씨에게 술을 먹자고 제안했고, 이 둘은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 25일 새벽 3시37분께 B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아버지가 대신 받아 1분 57초간 통화했다. 통화에서는 빨리 집으로 들어오고, A씨도 잘 깨워 집으로 보내라는 취지의 당부가 담겼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엔 B씨 옆에 A씨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B씨의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서울 한강공원 근처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대학생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B씨가 실종 당일 새벽 4시20분께 한강 인근 경사면에서 혼자 자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왔다. 사진은 B씨가 혼자 자고 있었다는 경사면 현장 사진. 2021. 05.1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서울 한강공원 근처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대학생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B씨가 실종 당일 새벽 4시20분께 한강 인근 경사면에서 혼자 자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왔다. 사진은 B씨가 혼자 자고 있었다는 경사면 현장 사진. 2021. 05.13 *재판매 및 DB 금지

B씨는 자신이 A씨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게 된 경위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 A씨를 만날 당시 B씨 휴대전화 배터리 남은 분량이 1%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강공원 인근에서 충전기로 일부 충전을 했다고 B씨 기억이 끊긴 후에는 사실상 꺼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휴대전화가 바뀐 사실을 최초 인지한 것은 B씨 어머니였다고 정 변호사는 전했다. 정 변호사는 "B씨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이외에도 블루투스 이어폰을 잃어버렸는데, 그 경위 또한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B씨가 당시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것 등 일부 단편적인 것들 밖에 없으며, 시간 순서는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A씨 실종 시각으로 추정되는 4월25일 새벽 3시38분부터 4시20분까지 40여분간 기억은 없었고, 새벽 4시30분께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고 한다.

B씨 측은 A씨 사망에 있어서 무고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A씨 사망 진상규명 촉구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5.16.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A씨 사망 진상규명 촉구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5.16. [email protected]

정 변호사는 "B씨가 과거에도 수차례 만취 상태에서 기억을 잃은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도 사고나 다툼이 발생된 적이 없었던 점, 이번 사건에서도 B씨의 신체, 의류나 소지품, 가족과의 당시 통화 내용 등 어디에도 불미스러운 사고의 흔적이 없었기에 B씨가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으리라고 당연히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B씨 측은 또 지난달 25일 신발을 버린 이유는 토사물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B씨 가족에 유력 인사가 있어서 실종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B씨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간 온라인 중심으로는 '전 서울 서초경찰서장인 최종혁 현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이 B씨의 외삼촌이다', 'B씨 아버지가 강남 세브란스 병원 교수다' 등 근거 없는 소문들이 유포됐었다.

정 변호사는 그간 구체적 경위를 밝히지 않은 이유로 "진실을 숨긴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B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A씨 사망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2021.05.16.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A씨 사망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2021.05.16. [email protected]

이처럼 B씨 측이 그간의 의혹들을 구체적으로 해명하며 '정면돌파'에 나선 가운데, B씨를 둘러싼 과열된 여론이 가라앉을지 역시 시선이 쏠린다.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B씨와 B씨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가 과도하다", "수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여전히 '40분의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B씨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A씨 사망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선 B씨를 사실상 '범인'으로 확정하는 구호와 피켓 문구가 등장, 일부 여론이 위험 수위를 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결국 앞으로 수사의 최대 과제는 지난달 25일 새벽 3시38분부터 4시20분까지 40분간 A씨 행적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경찰 수사결과를 보고 B씨와 B씨 가족들을 판단하셔도 늦지 않으실 것"이라며 "부디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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