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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타로 에세이] 왜 유독 남성 상위가 정상위라는 것일까?

등록 2021.05.22 06:00:00수정 2021.05.22 07: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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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타로 에세이] 왜 유독 남성 상위가 정상위라는 것일까?


[서울=뉴시스]  에덴동산에 섹스가 있었을까?

성경에 보면 남자가 외로울 것 같아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다고는 나와 있지만 그들이 섹스했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며 분만이란 고통을 벌로 받게 되었고, 잉태를 위해 섹스라는 행위가 생긴 듯하다

아담의 전처 ‘릴리스’

그런데 유대 신화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이브가 아담의 ‘후처’라는 것이다.

첫째 부인은 릴리스(Lilis)였다. 그녀는 이브와는 달리 아담과 같이 흙으로 빚어진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담과 동등하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흙으로 빚어진 인간인데 아담에게 복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릴리스는 여성 상위 체위를 즐겼다. 아담은 늘 그게 불만이었다. 체위 문제로 불화가 생기면서 점점 사이가 소원해져 릴리스가 아담을 떠났다는 설도 있고, 마초적인 아담과 신이 그녀를 내쫓았다는 설도 있다. 이후 신이 아담의 갈비뼈를 꺼내 순종적인 이브를 만들었다고 한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릴리스는 악마인 루시퍼와 결혼해 악의 자식들을 낳았다. 릴리스(Lilis)의 어원은 백합(Lily)이다. 백합은 여성의 생식기를 상징한다. 이후 릴리스는 위험한 요부, 여성의 파괴적인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의 자식도 모두 요물이 되었으며 그중 릴리라는 딸은 몽정의 여신으로 전해진다. 

문득 궁금해졌다.

포유류는 대부분 후배위인데 왜 아담은 남성 상위를 좋아했을까. 심지어 남성 상위가 ‘정상위’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안나 알테르와 페린 셰르셰브가 쓴 '체위의 역사'에는 무려 32만2633개의 체위가 있다고 소개한다.

그런데 그 많은 체위 중 왜 유독 남성 상위가 정상위라는 것일까?

혹자는 말하길 선교사들이 아메리카 상륙 후 식민지 주민에게 이 체위를 가르치고 장려했기 때문이란다. 남성의 소중한 정액이 여성 몸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종족 보존에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정상위’라는 단어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여성 상위를 즐기던 릴리스가 요부로 치부되고 ‘선교사 체위’만이 ‘정상’으로 구분한 기저에는 남성이 우월하다는 수직적 사고가 깔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연인(戀人)이 되기 위한 조건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는 6번 타로의 제목은 ‘사랑’이다.

이브의 등 뒤엔 선악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고 아담의 등 뒤엔 불꽃 열매를 매단 생명나무가 불타고 있다. 나는 생각하는 나무. 그대는 불타는 나무. 두 남녀의 등 뒤에 있는 나무가 상징하듯 여자와 남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왜 전혀 다른 이 기질의 결합을 ‘THE LOVERS’라고 했을까?

6번 카드에서 가장 내 관심을 끈 것은 구도였다. 수평인 대지와 수평인 능선, 수평으로 걸쳐져 있는 뭉게구름과 수평으로 축도해주고 있는 천사…. 그리고 아담과 이브도 수평의 구도로 서 있다. 수비학에서 숫자 6이 ‘평형 조화’를 의미하는 것처럼 사랑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신의 사랑은 수직적이었다. 선악과를 먹어서가 아니라 사실 신의 질서를 거부해서 인간이 벌을 받은 것이다. 수직은 권력의 구조이다.

그러나 인간의 사랑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라고 이 카드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브는 45도 각도로 허공을 쳐다보고 아담은 그런 이브를 응시하고 있다. 이처럼 사랑은 한 방향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생각이 달라도 사고방식과 행동이 달라도 서로 수평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이을 연(戀)에 사람 인(人)
사랑은 수평으로 이어지는 것이었어
너와 나 사이 걸쳐진 뭉게구름
너와 나 사이 합장하는 능선
인연(因緣)이 연인(戀人)이 되기 위해서는
‘이어져야’ 하는 것이었어.
그것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평으로.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email protected]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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