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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美투자에 현대·기아 노조 반발…임단협 진통 예상

등록 2021.05.17 16: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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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美투자에 현대·기아 노조 반발…임단협 진통 예상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5년간 미국시장에 74억 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 전기자동차를 현지 생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해외 투자와 현지생산이 이뤄지면 국내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올해 임금단체협상 개시를 앞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대미투자가 노사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사측의 일방적 투자 계획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며 "해외공장을 확대하기보다 품질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국내공장을 강화하고, 4차산업 신산업을 국내공장에 집중투자하는 길이 현대차가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지부는 "국가간 관세 문제에 따른 일정 정도 해외공장 유지는 부정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코로나펜데믹 시대에 부품수급 문제 등 해외공장의 문제점은 너무 많다. 해외공장은 현 수준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더욱 비판받아야 한다"며 "노조의 뜻을 무시하고 일방적 해외투자를 강행한다면 노사 공존공생은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지부도 이날 발행된 소식지에서 "정의선 회장은 국내 공장 투자로 청년 실업 해소,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지부는 "해외공장이 우선이 아니라 3만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공장 전기차·수소차 조기 전개, 핵심부품 국내공장 내 생산을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개한 미국 투자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으로 8%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핵심 사업장과 R&D 시설이 대부분 위치함에 따라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투자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국 내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조가 대미투자에 반발하며, 노사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올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공동 요구안인 기본급 9만9000원 인상과 영업이익(기아), 순이익(현대차)의 30% 성과급에 더해 정년 연장과 전동화 등 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보장 대책을 포함시켰다. 올해 단협 없이 임협만 진행하는 기아의 경우 별도요구안으로 정년퇴직 인원 감소분만큼 신규인원을 충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전동화가 빨라지며 생산인력 수요가 줄면서 일자리 지키기에 고심 중인 노조가 전기차 미국 현지생산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현지생산을 결정한 배경은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다.

바이든정부는 출범 후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데 이어 전기차 분야를 그린뉴딜 핵심사업으로 지정하고, 1000억원 달러 규모 전기차 구매 보조금, 관용차·상용차 전동화 전환, 대규모 충전소 설치 등 전기차 대규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서 15만대 판매고를 올리는 등 승승장구해왔지만 보조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이같은 추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강한 현지화 압박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며, 실제로 적용됐다면 현대차와 기아는 연간 5조5000억원 수준의 관세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일자리를 지켜야 하는 노조로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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