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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독일 작가가 본 K팝·K드라마…국립극단 '사랑Ⅱ'

등록 2021.06.12 10: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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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사랑Ⅱ'. 2021.06.12.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사랑Ⅱ'. 2021.06.12.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청룡, 주작, 현무 3명은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해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다. 죽으면 끝인줄 알았지만 '지구의 핵'에서 삶이 연장되고 있다.

3명은 이곳에서도 아이돌에 도전하고 있다. 완벽한 한 명의 멤버를 위해 9999년 동안 밭에서 4번째 멤버 '이무기'를 키웠다. 1년만 더 키워 1만 년을 채우면, 이무기는 완벽한 아이돌이 된다. 아이돌그룹 '슈퍼 한(恨)'은 자신들이 이야기를 '배터리 1%'라는 노래에 담아 무대를 선보인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이 한국계 독일인 작가 겸 연출가 박본의 신작 '사랑Ⅱ(LIEBEⅡ)'를 오는 23일부터 7월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인다.

옛 서독의 수도 기능을 한 '본'에서 이름을 따온 박본은 어두운 소재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주목 받고 있다. 2017년 만 30세의 나이에 '으르렁대는 은하수'로 베를린연극제 희곡상을 거머쥐었다.

'사랑Ⅱ'는 독일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박본과 국립극단의 첫 작업이다. '한국에 뿌리를 둔 젊은 독일 예술가' 박본의 시선을 통해 내부자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고 재해석하는 장을 마련한다.

K팝, K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사랑'에서 출발했다. '사랑의 후속편'이라는 의미로 '사랑Ⅱ'가 됐다. 박본이 나고 자란 독일에 대해 작업한 '도이칠란트', 철저한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르비아에 대해 작업한 '유고유고슬라비아'에 이은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부모님의 나라' 한국의 대중 문화에 대해 박본은 완벽하고 화려한 외연을 먼저 떠올렸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감정인 '사랑'을 완벽하게 구현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산업, 그 이면에 사적인 삶까지 희생해가며 이루고자 하는 산업 종사자들의 '완벽'에 대한 열망을 재기발랄하게 그린다.

강현우, 김예림, 박소연, 이유진 등 4명의 국립극단 시즌단원이 혼성 아이돌 그룹으로 변신한다. 올초 코로나19로 국가 간 왕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독일에 거주하는 박본 작·연출가와 화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 결과다. 배우들은 실제 아이돌처럼 핀마이크를 착용한 채 공연한다.

스위스 무대미술가 율리아 누스바우머가 '지구의 핵'이라는 극중 배경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구현해 냈다. 세트에는 지상으로 연결되는 통로와 식물을 재배하는 공간이 존재한다.

작곡가 벤 뢰슬러(Ben Roessler)는 K팝을 탐구, 극에 사용되는 모든 노래를 새롭게 만들었다. 현대무용가 이경진이 안무를 담당했다. 판소리의 창법, 한복 콘셉트의 의상 등 K팝 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차용한다. 독일어·영어권 공연 전문 통번역가 이단비 씨가 번역과 드라마트루기를 맡았다.

박본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K팝과 K드라마의 미학이 나는 즐겁다. 특히 K팝의 강점은 '감정'"이라면서 "내가 모르는 감정이라도, K팝은 직관적으로 그 감정을 구현해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K팝은 여러 음악 장르의 정체성을 끌어 모아서 연습을 거듭해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장르라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K드라마도 여기저기 있던 소재들을 다듬어 공장에서 더 좋은 상품을 가공하듯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님의 나라에서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다. 친지를 만나러 1년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왔지만, 국적이 독일이고 한국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항상 있었다"면서 "완전한 이방인도, 완전한 내부인도 아닌 나의 시선을 장점으로 활용해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극단은 연극 '스웨트'에 이어 '동반자 외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예매 시스템을 이번 공연에도 적용한다. 일행끼리는 최대 4매까지 연속된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 27일 공연 종료 후에는 강현우, 김예림, 박소연, 이유진 등 출연 배우 4인이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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