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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양궁의 장인정신, 도쿄서도 새 지평 연다

등록 2021.06.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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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양궁의 장인정신, 도쿄서도 새 지평 연다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스포츠 문외한도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인 건 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을 번갈아가며 2년마다 전해지는 금메달, 다관왕은 익숙한 소식이다.

양궁은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가장 많은 금메달 23개를 안겼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최초로 전 종목(네 종목) 석권의 새 역사를 썼다. 동계올림픽을 통틀어선 쇼트트랙(금메달 24개)에 이어 두 번째로 금메달을 많이 안긴 효자종목 가운데 효자종목이다.

'양궁=금메달'이라는 인식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정작 양궁 선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무대는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메달보다 어려운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정설로 자리 잡았다. 리우에서 2관왕을 차지한 장혜진(34)은 선발전에서 탈락해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 가지 못한다.

한국 선수들은 왜 활을 잘 쏠까.

'원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다', '어려서부터 젓가락을 사용해 예민한 손을 가졌다' 등 근거 없는 설만 분분하다.

그나마 객관적인 이유를 대자면 어린 시기에 입문해 경험이 풍부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고도의 집중력과 강한 정신력을 키운다. 여기에 과학적인 분석과 훈련이 조화를 이룬다.

양궁은 바람, 소리, 조명 등 외부적인 환경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빠른 환경 적응이 요구된다.

대한양궁협회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한국스포츠개발원과 함께 과학적인 심리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수단을 지원했다.

20여년이 흐르며 지원 노하우도 상당해졌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현장과 같은 세트를 마련해 사전 적응 훈련을 갖는 건 당연한 준비 과정이 됐다.

협회는 지난 5월 '리얼 도쿄(Real Tokyo)'라는 콘셉트로 도쿄올림픽 경기장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같은 세트를 진천선수촌에 설치했다. 영어와 일본어 방송, 박수와 소음 등으로 현장감을 높였다.

무관중 경기를 대비해 200석의 빈 관중석을 설치했고, 미디어 적응을 위한 믹스트존 운영 등 예상 가능한 모든 환경을 연출했다. 이에 앞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현지 기후 환경 적응을 위해 바닷가 특별훈련을 갖기도 했다.

과거부터 야구장 소음 훈련, 해병대 캠프 교육, 야간 공동묘지 행군 등 훈련 방식이 다양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던 시절,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활약에 강한 인상을 받아 육성을 결심했고, 이듬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해 1997년까지 살림을 책임졌다.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리우올림픽에서 불안한 치안, 열악한 교통을 보고받고, 경기장 5분 거리에 차량을 특수 개조해 샤워실, 요가실, 식당이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한 건 유명한 일화다. 무장 경호원과 방탄 차량까지 고용했다.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장인 정신이 인상적이다.

김우진(청주시청), 오진혁(현대제철), 김제덕(경북일고·이상 남자부), 강채영(현대모비스), 장민희(인천대), 안산(광주여대·이상 여자부)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선 양궁 혼성전이 추가돼 종전 네 종목에서 다섯 종목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해 도쿄에서 또 하나의 드라마를 준비 중인 한국 양궁을 응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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