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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와인의 역사를 바꾼 혁신가들

등록 2021.06.26 06:00:00수정 2021.06.26 1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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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브 클리코와 로버트 몬다비

뵈브 클리코(위)와 로버트 몬다비.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뵈브 클리코(위)와 로버트 몬다비. (사진=각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인류가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 8000년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근대에 이르기까지 양조 과정에 있어서는 본질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자연이 기른 포도에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효모가 작용해 일정기간이 지나면, 무엇을 첨가하지 않아도 포도는 와인으로 변한다.

2017년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조지아 지역의 신석기 유적에서 기원전 8000년경 인류 최초로 와인을 양조한 흔적을 담은 토기 조각이 발견됐다.

조지아에서는 현재까지도 ‘크베브리’라 불리는 점토로 빚은 커다란 항아리에 으깬 포도를 넣고 발효시켜 와인을 만든다. 우리나라의 막걸리처럼 일반 가정집에서도 지하실에 이러한 항아리를 묻어두고 직접 와인을 담가 마신다. 8000년전의 방법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

7000년전 현재 이란지역인 소아시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와인을 담갔다. 그 당시에는 와인용 토착 품종 포도의 재배, 크베브리와 같은 토기 항아리의 제작, 포도의 수확시기에 대한 결정, 포도를 으깨어 와인을 담그는 과정, 그리고 와인을 담근 토기를 세척하는 일이 와인 양조에 있어 핵심 기술 중의 하나였고, 이는 수천년간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리고 약 2000년전쯤에는 현재의 프랑스 지역에 살던 갈리아인들이 로마인들에게 오크 통 제작기술을 전한다.

와인의 역사가 오래됐지만 이처럼 와인의 양조과정은 지난 수천년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와인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대부분의 혁신은 지난 200년 사이에 일어났다.

그러한 혁신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사람이 있다. 뵈브 클리코와 로버트 몬다비이다.    

프랑스의 ‘마담 클리코(Clicquot, 1777~1866)’는 샴페인의 ‘위대한 여인’이라는 뜻의 ‘그랑 담(Grande Dame)’으로 불린다. 결혼 전 이름이 ‘바브 니콜 퐁사르당(Barbe Niclole Ponsardin)’인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후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로 불렸는데 ‘뵈브(Veuve)’는 미망인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하는 샴페인의 찌꺼기 제거기술, ‘리들링(Riddling)’이라 불리는 샴페인의 2차 발효기술, 빈티지 샴페인, 최초의 로제 샴페인 등 와인 양조에 있어 혁신적인 기술들을 최초로 발명했다.

근대 최초의 여성 사업가로도 불리는 그녀는 27세 되던 해에 남편의 사업을 물려받는다. 나중에 회사의 이름을 ‘뵈브 클리코 퐁사르당(Veuve Clicquot Ponsardin)’이라고 명명하고 경영에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현재는 루이비통으로 유명한 LVMH사에 인수됐지만 그녀의 이름을 딴 회사의 상호와 상표는 아직까지 쓰이고 있다.

뵈브 클리코사는 이러한 마담 클리코의 기업활동과 사회적인 업적을 기리고자 기업가 정신, 창의성, 용기, 결단력, 그리고 성공을 보여주는 여성 기업인을 선정해 ‘비즈니스 우먼 어워드’라는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8년에는 한국 여성 기업인만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우먼 어워드 코리아’ 상을 만들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노란색 라벨의 샴페인 뵈브 클리코는 종종 여성의 사회적인 진출과 성공을 상징하는 축하주로 사용된다.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적인 수준에 올려놓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1913~2008)’는 와인의 역사에 있어 ‘개척과 혁신’의 상징으로 불린다.

몬다비는 1966년 아직 와인 불모지나 다름없던 나파밸리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이후 나파밸리가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로 발전하는 초석을 놓는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 와인산업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수많은 혁신을 주도하고 또 이를 다른 와이너리에게도 확산시켰다.

와인의 저온 숙성, 오크통의 소형화를 통한 와인 풍미의 증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의 사용, 항공사진을 이용한 포도나무의 경작, NASA와 함께 포도나무 해충과 역병의 연구, 유기농 농법, 환경 친화적인 병 디자인, 세계 최초의 와이너리 투어 도입, 와이너리 콘서트, 전미 와인음식연구원 설립 등은 로버트 몬다비가 와인산업에 처음 도입한 대표적인 혁신이다. 와인 스펙테이지는 그를 ‘캘리포니아 와인의 혁명가’로 불렀다.

1978년에는 프랑스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실드와 합작해 나파밸리에 ‘오퍼스 원(Opus One)’ 와이너리를 만들었다. 2007년 캘리포니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때 그를 무대에 소개한 사람이 또 다른 혁신가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였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그는 대학, 와인 및 음식 학교를 위해 35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사회적인 공헌에도 관심이 많았다. 포브스 코리아 지는 로버트 몬다비 와인을 ‘대한민국 CEO가 가장 선호하는 와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어느 분야이든 혁신가는 세상을 바꾼다. 우리가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혁신가들의 덕분이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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