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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태릉에 서울의료원까지 주민 반발…8·4 대책 '위태'

등록 2021.06.25 12: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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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방적 통보 방식 한계…"주민 반발 예견"

"사전 충분 논의 필요"…민간·공공 조화 주택 공급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부지의 모습. 2020.08.04.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부지의 모습. 2020.08.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공공 주택공급 계획이 연이어 주민 반대에 부딪히면서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유휴지에 아파트를 공급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주민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 이후 또 다른 주택 공급 예정지들의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4대책을 통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과밀화를 우려한 과천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특히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진행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당정은 계획을 수정했다. 정부는 과천지구 등 다른 지역의 용적률을 상향하거나 용도를 변경해 4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이 주민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는 예정지가 비단 과천만이 아니다. 서울 마포, 태릉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과천 계획안이 주민 반발로 무산되자, 다른 예정지에서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노원구 주민들은 공급 축소 등을 요구하며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를 추진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노원구는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태릉골프장에 공급하기로 한 가구수를 기존 계획의 절반 수준인 5000가구로 줄여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마포구 상암DMC부지와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확보 역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당초 3000가구를 공급하려던 서울의료원 부지 역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원안 사수를 요구하며 지난 2019년부터 서울의료원 용지 공공주택 건립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잠실 MICE 단지의 한가운데 있는 서울의료원 용지에 주택이 공급될 경우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설익은 공급 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예견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별다른 논의 없이 정부가 강행하면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나 논의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전청약 대상지로 거론된 일부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사전청약 일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대책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주인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 대책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기존 시세보다 높은 호가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수급불균형이 심화한 가운데 신규 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매매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아파트 매수 심리가 2주 연속 하락했으나, 여전히 기준선보다 높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6.9로 지난주 107.3보다 0.4p(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방적 공급 대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역과 공급량을 할당하면서 예고된 반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주민 반발이 계속되면 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세우기 전 해당 지자체와 주민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했다면 반발이나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주택 공급이 아니라 시장 수요에 맞는 민간과 공공이 조화를 이룬 주택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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