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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5살 靑 비서관 박성민, 공정 문제 해결에 직 걸어야

등록 2021.06.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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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25살 靑 비서관 박성민, 공정 문제 해결에 직 걸어야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박성민 신임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이번 논란을 불공정에 대한 분노로 풀이하고 공세에 나섰지만 단순히 '25살의 정치인이 1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이 된 것에 대한 박탈감 때문'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그 이면에 취업에 실패하고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꾸기 어려운 청년들의 좌절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겉으로 보기에는 '취업 준비도 안 해본 대학생이 이렇다 할 노력 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왔음에도 남들은 수년을 노력해도 누리지 못할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 이해될 리가 없다.

국민의힘은 여론의 반응을 공정한 경쟁이 부재했기 때문으로 읽는다. 납득할 수 있는 경쟁의 결과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없었으리라는 진단이다. 이준석 대표의 당선은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주장에 자신감을 갖는 근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젊은 세대 정치를 활성화하는 경쟁에서 우리 당과 민주당은 서로 다른 대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여러 명의 청년정치인을 발탁해서 그들에게 중책 맡기는 방식으로 임해왔고 우리당은 젊은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도 24일 논평에서 "일반적인 청년의 경우 바늘구멍 같은 행정고시를 통과한다 한들 정년퇴직 전까지 1급을 달기도 어려운 마당에 보여주기식 낙하산 인사로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오고 있다"며 "지금 청년이 원하는 것은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하며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 그저 지극히 상식적인 나라를 꿈꾸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여권은 청년비서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별정직, 정무직 비서관으로 임명직이라는 점을 들어 공정성 논란과는 무관함을 강조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박 비서관은) 다른 사람 자리를 뺏는 게 아닌 이른바 별정직이다. 별정직 정무직에는 특정한 목적에 따라 한시적으로 특정한 기능을 가진 사람을 쓰는 것"이라며 "이런 자리에 시험이나 절차를 거쳐서 경쟁하는 절차를 거쳐서 뽑을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박 비서관이 청년비서관으로서 적합한 능력을 갖췄는지다. '박탈감닷컴'이라는 항의성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것도 박 비서관이 충분한 경력과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는 "청년 비서관이면 청년의 힘듦을 대변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력을 보면) 정당 활동밖에 안 보인다"며 "별다른 취업활동도 없다"고 짚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당신이 그동안 무엇을 했고 어떻게 선발됐으며 무엇에 명석한 부분이 있는지 알기 전까지는 모른 척 하겠다. 공부를 나보다 미친 듯이 빡세게 하지도 않았고 대학도 국문과던데 학과 공부가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며 심지어 졸업도 안 했던데 1급 공무원은 아니지 않나. 1급 공무원 말고 당대표나 그런 거 했으면 별 말 안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강남대 출신 25 좌파 페미 1급 vs 서울대 행정 출신 엘리트 25 5급"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박 비서관의 계량화, 수치화된 스펙이 청년들 사이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들이 말하는 학벌과 나이, 사회적 지위는 채용의 기준으로 공정할까.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는 청년들 앞에 변명의 여지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특정인의 신상에 대한 공개적인 조롱과 폄하, 차별적 시선도 온당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청년비서관은 청년과의 소통·협력 추진 및 청년 정책 조정에 관한 업무를 맡는다.

박 비서관은 강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자퇴,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로 편입했다. 2018년 6월 민주당에 입당해 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9월 민주당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청년대변인에 선발됐다. 청년 태스크포스(TF) 단장, 더혁신위원회 위원,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을 지냈고 지난해 8월 이낙연 당 대표 시절에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발탁돼 청년 문제에 대한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9월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30대 부동산 '영끌'(대출 받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발언과 관련해 "청년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청년들에게 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지 정치권이 좀 성찰해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당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구의역 김군'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며 "공직자로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시는 분인데, 이 이전의 인식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같은 여성으로서, 동료 시민으로서, 한명의 정치인으로서 피해자분을 그토록 외롭고 괴롭게 만든 것이 우리 민주당의 부족한 대처였음을 알기에 이렇게 참담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정파적 이해를 떠나 청년 문제에 대한 소신을 보여줬다는 정치권의 평가를 받는다.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도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라는 청년들의 절규가 무색할 만큼 적지 않은 경력도 쌓았다.

직속 상관이 되는 이철희 수석은 지난 24일 JTBC '썰전'에 출연해 "청년들의 목소리에 호응하기 위해서 당사자를 (비서관) 지위에 앉힌 거고, 또 박 비서관은 정치권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며 검증을 받았다"며 "이준석 대표도 사담으로 편하게 주고받을 때, 이른바 여권에 속해 있는 청년 인사들 중에 여성으로는 박성민이라는 사람이 '괜찮다', '훌륭하다고 본다'고 했다"며 "우리가 보는 눈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비서관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과도한 측면이 있더라도 박 비서관의 임명에 대한 비판은 취업의 고비에서 마주하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문제의식이 응축된 결과다. 이번 논란을 숙제로 잘 풀어내는 것이 그의 임무여야 하는 이유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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