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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샴페인

등록 2021.07.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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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사진=IMDB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사진=IMDB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여름 해변에 접한 대저택의 풀 사이드에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리듬에 맞춰 미친듯이 찰스턴 춤을 추고 있다. 일부는 수영장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파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검은색의 멋진 파티복을 차려 입은 신사가 등장한다. 그는 쿠페 샴페인 잔을 앞으로 내밀며 자신을 짤막하게 소개한다. “I am Gatsby.”

2013년 개봉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에 나오는 유명한 파티 장면의 일부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을 배즈 루어만이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이 개츠비 역할을 맡았다. 소설은 1949년, 1974년 그리고 2013년 세차례나 영화화됐는데 1949년 버전은 앨런 래드, 1974년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았다. 1974년 판은 ‘대부’의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이 각색을 담당한 것도 이채롭다. 

소설의 무대는 뉴욕의 롱 아일랜드이다. 이미 결혼한 옛 연인인 데이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개츠비가 웨스트 에그(West Egg)에 있는 자신의 화려한 저택에서 바다 건너편 이스트 에그(East Egg)쪽에서 반짝이는 초록색 불빛(Green light)을 어둠속에서 바라본다. 데이지와 남편 톰이 살고 있는 저택이 있는 곳이다. ‘Green light’는 신호등의 초록색 진행 신호와 같이 영어에서는 ‘Okay’를 뜻하기도 한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열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West Egg라는 가상의 지명은 현실에서는 바다 건너 브롱크스를 마주보는 해변 쪽에 위치한 롱 아일랜드의 ‘King’s Point’이다. East Egg는 맨해셋(Manhasset)이라는 작은 만을 사이에 두고 King’s Point의 건너편에 있는 롱 아일랜드의 ‘Sands Point’라는 곳이다. 작품에서 East Egg은 전통적인 부자들이, West Egg는 벼락부자가 된 신흥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2013년 영화의 촬영은 호주에서 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부인 젤다와 함께 King’s Point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레이트넥(Great Neck)’에서 1년 반 정도 살았다. 개츠비의 저택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이러한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소설에서 개츠비 저택의 모델이 된 대저택은 1919년 완공됐는데 현재는 ‘Oheka Castle’이라는 호텔로 운영되고 있다. 결혼식장으로 대여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오기 바로 전 필자도 롱 아일랜드에 있는 지인의 초청으로 우연히 방문해 2층 레스토랑에서 나파 와인인 ‘8 years in the desert’ 를 마신 기억이 있다.

영화 속 1920년대를 대표하는 재즈와 챨스턴 댄스,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이다. 플래퍼 룩(Flapper look)으로 불리는 1920년대의 여성 패션과 남성들의 클래식한 수트는 패션의 교과서로 불리기에도 손색이 없다. 1974년과 2013년 영화 모두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았다. 2013년 영화의 여성복은 프라다, 남성복은 브룩스 브라더스와 협업하였다. 피츠제럴드 자신도 뛰어난 패션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대적 배경이 미국의 금주법 시대인 1922년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비롯해 영화에서는 여러 종류의 술이 등장한다. 화려한 파티 장면과 음주 장면은 이야기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풀 사이드 파티장면에서는 주로 칵테일과 샴페인이 등장한다. 2013년 영화에서 개츠비의 손에 들린 샴페인은 ‘모엣샹동 임페리얼’이다. 모엣샹동은 이 영화를 후원했다.

원작에도 나와있지 않고 1922년에는 이미 주류 수입이 금지된 때라 영화에 프랑스 상파뉴의 모엣샹동이 등장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엣샹동이 1921년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했고 소설에 개츠비가 주류밀매업(Speakeasy)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시사가 있는 것을 보면 프랑스산 샴페인이 그렇게 부자연스럽지 않다.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소설 초반에는 닉이 사촌인 데이지 부부와 함께 ‘보르도산 레드 와인(Claret)’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또 데이지가 19세때 소테른의 귀부 와인을 마시고 취했다는 표현도 있다. 영화에서는 와인과 함께 칵테일이 자주 등장하는데 개츠비가 닉, 톰과 함께 하는 점심 식사자리에서는 진과 라임 주스, 소다수를 섞은 ‘진 리키(Gin Rickey)’가 나온다. 이 칵테일은 풀 사이드 파티에서도 등장하는데 실제로 피츠제럴드 자신이 좋아했다. 데이지는 ‘민티 쥴렙(Minti Julep)’을 마신다. 켄터키 버번 위스키에 민트와 시럽을 섞었다. 그 외에도 ‘샴페인 칵테일’ ‘맨해튼’ ‘프렌치75’ ‘턱시도 #2’와 같은 다양한 칵테일이 등장한다. 허브로 만든 높은 도수의 ‘샤르트뢰즈(Chartreuse)’와 아일랜드 위스키를 기반으로 한 베일리스(Bailey’s)와 같은 리큐르 주도 영화 속에 나오는 술 중 하나이다.
   
피츠제럴드의 작품에는 다양한 종류의 술과 음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로 그가 술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가 44세에 요절한 것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이었다. 그는 모든 술을 좋아했지만 특히 샴페인과 칵테일을 좋아했다. 칵테일 중에서는 진 리키를 좋아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한 후인 1925년엔 부인 젤다와 함께 파리로 건너가 어네스트 헤밍웨이와도 교유했다. 군에서 장교로 복무한 것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잣집 딸을 사랑한 점 등 소설 속 개츠비와 피츠제럴드는 겹치는 점이 많다.

애주가였던 피츠제럴드는 “뭐든 지나친 것은 나쁘지만 지나친 샴페인은 괜찮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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