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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에서 'SRF시료 혼합'…수분율 검사 '공정성 증발' 논란

등록 2021.07.23 10:51:19수정 2021.07.25 1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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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뉴시스]이창우 기자 = 침출수 유출 의혹이 제기된 고형연료(SRF) 품질검사를 위해 혼합용 시료를 만들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영상 캡처) 2021.07.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장성=뉴시스]이창우 기자 = 침출수 유출 의혹이 제기된 고형연료(SRF) 품질검사를 위해 혼합용 시료를 만들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영상 캡처) 2021.07.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환경부가 비성형 쓰레기연료(SRF) 공개 품질검사의 핵심 항목 중 하나인 '연료 수분 함유량' 등을 측정할 검사용 시료를 폭염이 몰아친 날 그늘 막도 없이 땡볕이 곧바로 내려 쬐는 노천에서 제조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다.

더욱이 노천에 설치한 시료 혼합용 사각틀 벽체는 바람이 솔솔 통하는 철제 그물망으로 치고, 수분 증발을 막아줄 최소한의 차광·밀폐 시설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품질검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사의 객관성을 담보해 줄 주민과 언론사 참관인도 입맛에 맞게 '선별 선택' 함으로써 공개 품질검사 취지를 스스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빛가람(나주)혁신도시 주민 등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는 지난 21일부터 장성군 서삼면 복합물류센터 노천 야적장에 보관 중인 3만t이 웃도는 SRF 품질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검사는 'SRF 야적장 침출수 유출 민원'과 자원재활용법에 규정된 보관연료의 '정기검사 누락' 집중 민원제기로 시작됐다.

깊숙이 보면 환경부가 '정기검사 업무 직무유기' 비판 여론에 밀려 검사를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당정 협의체와 국무총리실까지 나선 끝에 정기검사 누락 부분에 대한 검사 개시 결정이 뒤늦게 내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검사 대상 SRF는 3~4년 전 자원화시설에서 출고 당시 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가 100% 합격 판정을 했다. 노천에 3년 넘게 보관 중인 SRF는 콘크리트 바닥에 깔판을 깔고 층층이 쌓은 뒤 방수포와 검은색 차광막을 씌워 관리해 왔다.

하지만 2019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연료더미에서 '강한 악취를 풍기는 시커먼 침출수가 나온다'는 민원이 집중 제기된 후 고형연료 품질기준 중 하나인 '함유 수분율 25%이하' 유지에 대한 신뢰성을 강하게 의심받기 시작했다.

[장성=뉴시스]이창우 기자 = 사진은 지난 10일 촬영된 장성 복합물류센터 내 SRF(고형연료) 임시 야적장. 6일간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고형연료 야적장 바닥에 시커먼 오수가 고여 있다. (사진=나주시 제공) 2021.06.15. photo@newsis.com

[장성=뉴시스]이창우 기자 = 사진은 지난 10일 촬영된 장성 복합물류센터 내  SRF(고형연료) 임시 야적장. 6일간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고형연료 야적장 바닥에 시커먼 오수가 고여 있다. (사진=나주시 제공) 2021.06.15. [email protected]


또 이러한 의심에서 출발한 주민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환경부와 난방공사는 '참관인 선별 선택' 외에도 '허술한 시료제작 시설 운영'을 통해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공익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동영상자료 분석 결과 지난 21일 오전 장성 복합물류센터 SRF야적장 한 쪽에서 'SRF 품질 검사용 시료'를 만드는 작업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지게차가 비닐포장재를 벗긴 '쓰레기 연료'를 바람이 솔솔 통하는 철제 그물망이 쳐진 사각형 틀 안에 쏟아 넣으면 다시 집게차가 '연료를 들었다 놨다' 혼합(교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환경부 고시에는 보관연료에 대한 정기검사를 '확인검사'로 규정한다. 검사는 크게 '시료채취→혼합시료 제작과 감량화→분석용 시료제작→실험실 운반→분석' 순으로 진행된다.

'혼합시료'는 실험실에서 본격 분석하게 될 '감량화 시료'의 원재료가 된다. 산더미처럼 쌓인 수많은 연료에서 기초 시료를 모두 채취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정시험법에 따라 '제비뽑기식'으로 추출해 만든다.

분석 항목은 모양과 크기, 발열량, 수분함유량, 금속성분(수은·카드뮴·납·비소), 회분·염소 함유량 등 크게 7가지 항목이다.

이중 비성형 연료의 불완전 연소를 낮추기 위해 법률로 엄격하게 규정한 '수분함유량'은 시료제작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재활용분야 관계자들은 "정확한 수분율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외부 영향을 최소화 한 밀폐된 공간에서 시료 혼합과 제작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장성 SRF야적장 노천에서 이뤄진 시료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관찰됐다.

검사용 시료를 제작하던 지난 21일 전남지역 낮 최고 기온은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몰아친 데다 그늘도 없는 땡볕 아래서 그물망이 쳐진 사각형 틀에 연료를 쏟아 넣고 햇볕과 바람에 노출한 채 작업을 한 것으로 관찰됐기 때문이다.

연료품질 문제를 제기한 민원인 A씨는 "연료 수분 함유율과 직결되는 침출수 유출 의혹을 제기한 만큼 검사용 시료를 만드는 외부 환경이 수분함유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지만 혼합시료 공정 영상을 보면 우련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고형연료 공인 검사기관인 한국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 관계자는 "현장에서 시료제작 시 (최소한의 밀폐 건의 부분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료채취는 공정시험법에 따라서 균질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고, 각각의 시료를 혼합해서 로트별로 1.5㎏씩 최종시료를 만들어 실험실로 보낸 후 3주 간 분석하면 품질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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