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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성폭행 사건 다큐보는 듯 생생…영화 '갈매기'

등록 2021.07.27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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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갈매기' 스틸.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2021.07.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갈매기' 스틸.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2021.07.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당신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영화 '갈매기'는 수산시장에서 일해온 엄마 오복(정애화)이 술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한 이후 세상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따라간다.

오복은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세 자매의 엄마로 전형적인 기성세대의 중년 여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일평생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그는 시장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보상금 합의를 이끄는 가해자를 고소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수십 년 동고동락했던 이웃 상인들도, 가족들도 '오복'의 편에 서주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부터 계산하는 모습을 보이자 인생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결심한다.

영화는 이렇듯 중년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가해자인 동료 상인 '기택'은 증거가 있냐며 되레 큰소리치고, 상인들은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도움이나 증언을 뿌리친다.

남편 무일은 '오복'의 사정도 모른 채 "성폭행은 여자가 응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립될 수가 없어"라는 말로 상처를 입히고, 오복의 큰딸 인애는 엄마의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먹었느냐는 원망 섞인 말을 내뱉는다.

성폭력 피해를 다루는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갈매기'는 성폭력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당시 상황에 대한 어떠한 설명 없이 10초도 되지 않는 블랙아웃 화면이 전부다. 이는 '피해'와 '복수'를 넘어선 '극복'의 서사를 말하고픈 연출 의도와 맞닿아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경계했다는 김미조 감독은 "오복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처참하게 고통당했는지가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극복하고 삶을 이어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성폭행 사건 외에도 영화에는 결혼을 앞두고 예단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신부나 재개발에 따른 조합원 내 갈등 등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등장한다. 영화 속 인물이나 사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실적이다. 한정된 공간을 카메라의 움직임과 컷 수를 제한하고, 편집을 최소화한 점 등도 사실감을 더하며 극의 리얼리티를 살린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았으며, 함부르크영화제, 바르샤바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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