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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 국가대표는 페미" 황당 공격…반발 인증샷 쇄도

등록 2021.07.27 15: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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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짧다 이유로 네티즌 '갑론을박'

"선수들 사상 검증하냐" 논란 일으켜

SNS상에서 '여성_숏컷_캠페인' 생겨

전문가 "근거 없는 비난, 논쟁 지양"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녀혼성단체전 결승에 참가해 경기를 하고 있다. 2021.07.24. myjs@newsis.com

[도쿄(일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이 지난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녀혼성단체전 결승에 참가해 경기를 하고 있다. 2021.07.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대학생 정모(26)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숏컷' 헤어스타일을 한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머리가 길 때는 알지 못했지만 숏컷을 한 이후에 얼마나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도 덧붙였다. 숏컷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숏컷 캠페인'은 여성들이 숏컷을 하고 그 이유, 후기 등을 전하는 움직임이다. 심리 상담·코칭을 하는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가 지난 25일 트위터에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6000명 넘는 여성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배경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선수들을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이 있다. 선수들이 짧은 헤어스타일을 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네티즌들이 생기자 여성들이 "헤어스타일 하나로 사상을 검증하려 한다"며 반발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 양궁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안산 선수의 개인 SNS에 "왜 머리를 짧게 잘랐냐"고 묻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격 국가대표인 박희문 선수 등도 언급하면서 "숏컷은 90% 이상 확률로 페미", "페미선수는 응원 안 한다"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커뮤니티 갈무리> agai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커뮤니티 갈무리>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정씨는 "여성 선수들이 메달을 땄다는 사실보다 머리가 짧은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며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사상을 검증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 직장인 김모(28)씨는 "페미니스트라고 하더라도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도 아닌데 공격 받고 사상 검증을 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숏컷 논란'을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일부 여성들을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이나 페미니즘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7일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붉은 색을 보면 특정 정파, 십자가를 보면 특정 종교를 떠올리듯 페미니스트에 대한 상징을 만들어 이를 공격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혐오라는 감정은 온라인 공간에서 보다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고 증폭된다"고 했다.

이어 "사회 계층·계급, 젠더 사이 불평등이 커진 상황에서 원인을 분석하기보단 눈에 보이는 약자를 혐오하고 무시하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사회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를 바로 잡아줄 교육,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 '숏컷 캠페인'을 시작한 한지영 인체심리학자의 트위터 글. <SNS 갈무리> agai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 '숏컷 캠페인'을 시작한 한지영 인체심리학자의 트위터 글. <SNS 갈무리>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캠페인을 시작한 한씨는 "청소년 심리상담을 하던 중 숏컷 같이 정형화된 여성성에서 벗어나는 경우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번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들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며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검열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여성 인권이 낮은 나라임에도 페미니스트를 숨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코로나까지 더해져 개인들에게 가해지는 높은 스트레스를 자기보다 약한 자에게 퍼붓는 현상인데, 위협이 되지 않는 여성을 익명으로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는 비판 대상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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