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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서 두부 만들고 마룻바닥에 앉아 음악 듣고...작은 공연 인기

등록 2021.07.30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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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여우락 페스티벌 중 '두부의 달음'. 2021.07.29.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21 여우락 페스티벌 중 '두부의 달음'. 2021.07.29.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보글보글' 불린 콩이 물에서 익어가는 소리, '윙윙' 콩이 믹서기에 갈리는 소리, '쪼르르' 면포에서 콩물이 흐르는 소리, '바글바글' 간수를 섞은 콩물이 끓는 소리, '모락모락' 갓 나온 두부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소리….

지난 20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2021 여우락 페스티벌'의 하나로 펼쳐진 '두부의 달음'은 두부를 만드는 소리도 음악이 됐다. '달음'은 하수연(가야금)과 황혜영(거문고) 두 연주자가 모여 결성한 가야금·거문고 듀오. 하반기 유럽 투어가 예정돼 있는 최근 급부상 중이다.

이들은 박우재 여우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제안으로, '콩이 두부로 만들어지는 과정'의 날 것의 이미지를 자신들의 공연에 차용했다. '탈' 등 대표곡을 연주하는 사이 틈틈이 두부를 만들었다. 그 사이엔 기다림의 시간, 즉 여백이 생겼다.

관객은 30명이 채 안 됐다. 적절한 거리두기에 철저한 방역, 대규모 공연이라면 실행하기 힘들었을 '두부 만들기'라는 미니멀한 소재까지.

코로나19에 소규모 공연이 호응을 얻고 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화려한 공연도 철저한 방역을 해 안심 공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형식의 공연에 부담을 느낀 관객들이 작은 공연으로 쏠리고 있다.

'두부의 달음' 외에 무대 위에서 누에고치로부터 직접 실을 뽑아낸 아쟁 연주자 김용성·가야금 연주자 박선주의 '실마리'(7월13일 별오름극장), 타악 연주자 고명진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친 '나들'(7월16일 별오름극장)도 객석이 30석에 불과했다.

이들 공연은 인터파크 등 기존 티켓 플랫폼이 아닌 국립극장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예약을 받았는데, 티켓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마룻바닥 콘서트'로 잘 알려진 '더하우스콘서트'에 대한 호응도 크다. 31일까지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줄라이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로 브람스를 집중 탐구 중이다.

작은 공간의 마룻바닥에 관객들이 앉아 연주자들과 친밀감을 느껴온 공연이다. 무대가 멀어졌다고 여겨지는 코로나19 시대에 더 각광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신촌문화발전소 2021 오드아이프로젝트 '구슬정원'. 2021.07.29. (사진 = 창작집단 푸른수염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촌문화발전소 2021 오드아이프로젝트 '구슬정원'. 2021.07.29. (사진 = 창작집단 푸른수염 제공) [email protected]

극단 '얄라리 얄라'가 오는 8월1일까지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공연하는 낭동극 '즐거운 너의 집'의 객석은 불과 25석. 영국 런던 기반의 작가 로라 웨이드의 작품을 이은비 연출이 번역·연출하는데,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1950년대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며 50년대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주디의 이야기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사회적 의미를 복고 양식으로 변주해서 되짚는다.
 
신촌문화발전소 '2021 오드아이프로젝트'의 하나로 선보이는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낭동극 '구슬정원'도 소규모 공연이다. 80석 규모의 신촌문화발전소 공연장에서 공연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가용 객석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플라톤에게서 '10번째 뮤즈 여신에 버금간다'라 칭송받은 그리스 서정시 작가 사포가 보수적이었던 아테네 사회에서 여성들을 모아 글을 가르친 것을 소재로 삼았다. 작연출은 안정민 푸른수염 대표가 맡았다. 무료 공연이지만,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

대학로에서 소규모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는 기획자는 "작은 공연은 비교적 방역이 쉽다. 사람이 많지 않아 관객들도 더 안심한다. 거리두기를 하면서 무대와 객석이 가까우니 오히려 연주자, 배우들에게 친밀감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이었으면 흥행 등을 고려해서 시도하지 못했을 거 같은 기획들도 코로나19 시국에 더 시도하는 분위기"라면서 "큰 규모에 감탄하기보다, 사색하며 성찰하는 공연 제작의 빈도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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