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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브랜드 탄생비화]"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38년간 사랑받은 농심 너구리

등록 2021.08.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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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출시 두달만에 20억원 넘는 매출 기록…이듬해 150억 돌파

신의 한수는 전남 완도산 다시마…누적 구매량 '1만5000여톤' 달해

해외에서도 너구리 관심↑…미국소비자들, RTA라면으로 인기 높아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38년간 사랑받은 농심 너구리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오동통통~ 쫄깃쫄깃~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농심 너구리는 CM송을 부르는 광고 모델처럼 언제나 젊고 유쾌한 라면이다. 너구리는 특유의 굵고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로 지난 38년간 친근하게 우리 옆에 존재했다.

◇국내 최초 우동라면으로 1982년 출시

너구리는 농심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우동라면 콘셉트로 선보인 제품이다. 당시 농심은 소고기 국물 위주였던 라면시장에서 '우동처럼 굵고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국물 맛이 시원한 라면'을 선보이자는 의지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막상 개발에 착수했지만 기존 라면 굵기의 2배 가까이 되면서도 쫄깃하고 잘 익는 면발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농심은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1982년 해물우동라면 '너구리'를 내놓았다.

너구리는 1980년대 초 주종을 이루던 100원대 가격의 제품과 비교할 때 2배나 되는 200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제품명과 차별화된 해물우동 국물과 두꺼운 면발로 큰 인기를 끌었다.

너구리는 1982년 출시 두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1983년에는 15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우동라면 트렌드를 처음 열었다. 현재 너구리는 연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라면시장의 파워브랜드로 성장했다.

너구리는 라면 조리시 반을 쪼개어 넣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한국 최초로 둥근면으로 생산된 제품이다. 부드럽고 쫄깃한 둥근 형태의 굵은 면발은 소비자들이 너구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여기에 전남 완도산 다시마를 통째로 잘라 넣어 해물우동의 깊은맛과 감칠맛을 배가시켰다. 농심에서는 이 다시마가 너구리 개발의 '신의 한 수'로 불린다.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38년간 사랑받은 농심 너구리

◇38년째 청정해역 완도산 다시마 사용

농심의 완도산 다시마 사용도 38년 너구리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깊은 해물맛을 내기 위해 넣은 다시마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라면의 한 요소가 아닌 제품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았다.

농심은 국내 최대 산지인 전남 완도군 금일도(금일읍) 일대에서 다시마를 전량 구매한다. 뛰어난 품질의 완도 다시마를 넣어 흉내낼 수 없는 너구리만의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

금일도 도장리 어촌 관계자는 "한국 대표 청정수역인 완도는 전국 다시마 생산의 70%를 담당하는데 금일도 다시마는 완도 내에서도 제일의 품질을 자랑한다"며 "너구리 맛이 좋은 이유도 원재료가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매년 평균 400t의 금일도 건다시마를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올해까지 누적 구매량을 계산하면 1만5000여t에 달한다. 농심이 한해 구매하는 400t의 다시마는 이 지역의 연간 건다시마 생산량의 15%에 해당한다.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38년간 사랑받은 농심 너구리

◇ 왜 '너구리'라는 이름으로 지어졌을까?

농심이 선보인 너구리는 그 맛도 특이했지만 '너구리'라는 제품명은 더욱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너구리는 보통명사가 제품의 이름으로 사용돼 고유명사가 된 대표적인 브랜드다.

농심은 기존 라면과 차별화된 맛과 굵은 면의 특징을 잘 담아내기 위해 제품의 이름을 '너구리'로 선정했다. 출시 당시인 1982년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브랜드 네이밍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소비자 입에 오르내리면서 경쟁사와 확고한 차별성을 갖는 성공적인 브랜드 네이밍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가 잭 트라우트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결정은 브랜드 네이밍"이라고 그의 저서에서 밝혔다.

[장수브랜드 탄생비화]"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38년간 사랑받은 농심 너구리

◇30년 넘게 사랑 받는 국민 CF

너구리를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게 이끌어준 일등 공신은 톡톡 튀는 광고가 아닐까?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라는 카피와 '오동통통~ 쫄깃쫄깃~ 농심 너구리' CM송은 농심이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는 너구리의 광고 콘셉트다.

농심은 너구리 광고모델은 늘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젊은 여자 연예인을 발탁해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고 가깝게 다가갔다. 하희라, 이제니, 장나라, 걸스데이 혜리 등 모두 시대를 대표하는 연예인들이 너구리 모델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한때는 너구리 광고모델 발탁이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피부 미인이라면 화장품 모델을 거쳐야 했듯 건강미인들은 너구리 광고모델을 한번쯤 거쳐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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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의 해외진출. 너구리가 선두에 서다

출시 당시부터 몰아친 너구리의 폭발적 인기는 국내에 그치지 않았다. 너구리는 이내 보따리상에 의해 미국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일본 라면이 독차지하고 있던 미국 시장에서 한국라면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너구리를 맛본 재미동포들은 고국에 대한 향수와 함께 너구리의 독특한 맛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위협을 느낀 일본 라면 업체는 가격할인정책은 물론 한글로 표시된 라면까지 출시하며 대응했지만 너구리의 인기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너구리의 인기는 미국 교포들의 한국 식품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당시만해도 일본의 간장, 참기름, 쌀 등을 선호했는데 너구리 이후 한국산 제품이 이들 일본 제품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너구리는 미국 현지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미국인들은 너구리 포장지에 쓰인 '너구리' 글자를 뒤집어 읽으며 'RTA'라면으로 불렀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너구리를 RTA라면으로 읽는 현지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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