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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도쿄지하철 타보니…'턱스크에 빵 먹는 사람까지'

등록 2021.08.03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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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 대중교통 이용제한 풀렸지만 음식점·시내관광은 금지

지하철내 한산한 모습…마스크 제대로 안쓰고

일부 도쿄시민 "사진 찍지마"라며 신경질적 반응

[도쿄=뉴시스] 도쿄 빅사이트역

[도쿄=뉴시스] 도쿄 빅사이트역

[도쿄=뉴시스] 문성대 기자 = 도쿄올림픽은 답답한 일상의 연속이다. 도쿄에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 무려 14일이나 걸렸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백신 접종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취재진들에게 입국일로부터 14일간 대중교통 이용을 차단했다. 대신 올림픽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와 방역 택시 이용만을 허용했다.

가급적 취재진과 내국인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다.
[도쿄=뉴시스] 도쿄올림픽 교통카드. 2021.08.01

[도쿄=뉴시스] 도쿄올림픽 교통카드. 2021.08.01


이번 대회를 취재하러 온 각국 기자들은 경기장과 숙소 외 아무데도 나갈 수가 없다. 취재진은 일본의 감염 상황이 워낙 엄중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입국한 지 2주 후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일본 도쿄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도 지급된다. 그런데 이 카드의 유효기간은 2020년 7월10일부터 8월12일까지로 돼 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결정 이전에 만든 카드를 이제서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교통카드는 입국 14일이 지나야 발급 받을 수가 있다.

교통카드를 발급 받아 지하철 개찰구를 지날 때 보니 잔액이 0원으로 나왔다. 아마도 충전식이 아니라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프리패스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꽤 요긴하게 활용됐을 법 싶다.

그러나 조직위에 확인 결과 14일이 지나 대중교통 이용제한이 풀리더라도 시내 관광이나 음식점 등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장 이외의 지역을 대중교통을 타고 마구 돌아다니는 것은 방역수칙 위반이 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조직위에서 요구한 '취재 계획(액티브 플랜)'에 따라서 정해진 경기장만 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입국 14일 지나 사실상 코로나 전파 감염 위험이 현저히 사라진 취재진들에게 셔틀버스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허락해준 이유가 먼지 궁금해진다.
[도쿄=뉴시스] 도쿄빅사이트 역 발권기

[도쿄=뉴시스] 도쿄빅사이트 역 발권기

뉴시스 취재진은 입국한지 보름이 지난 2일 대중교통을 처음으로 이용해 봤다.

본 기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이 정도로 어려운 일인지는 몰랐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관광지 또는 일반식당 등은 갈 수 없다. 방역지침 위반시 추방될 수도 있다.

과거 일본에 여행을 온 적이 있지만, 지하철을 이용하기는 처음이다.

한 한국기자는 "지금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 일본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두려움을 표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방역수칙 책자

도쿄올림픽 방역수칙 매뉴얼.

도쿄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 인근에는 '도쿄 빅사이트역'이 있다. 도쿄국제전시장이 있는 해변가에 위치해 있는 이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돌아봤다.

일본은 현재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도쿄에서는 4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2일에도 도쿄도는 지난주보다 766명이 늘어난 2195명이 확진돼 월요일 기준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지하철을 탔을 때 오전 출근 시간이 지난 후여서 인지 코로나로 인한 이동 자제 때문인지 지하철은 한산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중인 코로나 대확산의 위태로움을 느낄 수 없이 편해 보였고, 온화했다.

지하철은 오다이바 해변을 따라 지나 신바시로 향하는 노선이었다. 지하철 한칸당 19명의 승객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는데 서 있는 승객없이 좌석도 빈자리가 많았다.
[도쿄=뉴시스] 일본 지하철 차량에서 바라본 오다이바

[도쿄=뉴시스] 일본 지하철 차량에서 바라본 오다이바

몇 정거장 이동하자 지하철엔 다수의 사람들이 승차했다. 시민들은 대부분 얇은 면마스크 또는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수 보였다. 고성능 필터를 장착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적었다.

최근 일본에서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하철을 타는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마스크가 사람들 더 고립시킨다며 'NO 마스크' 퍼레이드를 해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지하철 역과 열차 내부를 촬영하자, 여러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쏟아졌다. 일부 시민은 "사진을 찍지 말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열차 내부에서 사진을 찍는 등 행동이 이상한 탓인지, 마스크를 써도 금세 외국인임이 들통났다. 대놓고 머라고 얘기하는 시민들은 없었지만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 역 주변에서는 일부 경찰이 수상한 듯 기자를 처다보기도 했다.

그런데 열차 내에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하철내 음식물 섭취는 다소 생소한 풍경인데, 눈 앞에서 음식물을 먹는 승객을 발견했다.

노약자 석에 앉아있던 한 노인이 비닐 봉지에서 빵을 꺼내 먹는 것이었다. 마스크를 내리고 빵과 물도 마시며 꽤 오랫동안 태연히 싸가지고 온 빵을 먹었다.

주변에 있던 승객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크게 개의치 않은 듯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열차내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보내는 따가운 시선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도쿄=뉴시스] 일본 지하철 차량 내부

[도쿄=뉴시스] 일본 지하철 차량 내부

재미있는 것은 지하철 내·외부와 객차 안 안내 자막에 영어, 중국어와 함께 한글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도쿄를 방문한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것일텐데, 지금은 썰렁하게 자기 주인을 기다리는 듯 했다. 그래도 반가웠다.

지하철 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 가운데 또 하나는 이곳이 올림픽이 열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올림픽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하철역 내·외부에는 올림픽을 느낄 수 있는 플래카드, 광고 등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간혹 'TOKYO 2020'이라는 광고판이 있지만, 띄엄띄엄 있을 뿐이다.

일찌감치 이번 도쿄올림픽에 외국 관광객 입국을 차단했고, 개회식에 임박해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찮게 늘어나자 전격적으로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손님과 관객이 없는 무대가 된 도쿄올림픽에서 정상적인 대회 열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본면 어불성설인 듯 하다.

올림픽 폐막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도 '올림픽 중지'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올림픽 반대 시위는 올림픽 개막 전부터 시작해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지금도 줄곧 이어지고 있다.
                        
1년 연기와 무관중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5년만에 열린 지구촌 축제 올림픽이 이제 어느덧 폐막을 향해 가고 있다.

방역올림픽의 모범으로 역사에 남을 지, 상처만 남긴 무리한 올림픽으로 기록될 지 도쿄 시민들은 그저 무관심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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