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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친오빠의 성추행, 진술 꺼린 여동생…1심서 유죄

등록 2021.08.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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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여동생 상대로 유사성행위

피해자, 법정에서 일부 내용 진술 꺼려

1심 "친족성범죄 진술 불분명할수 있어"

"수사기관 진술은 구체적…신빙성 높아"

[죄와벌]친오빠의 성추행, 진술 꺼린 여동생…1심서 유죄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한 여성이 친오빠에게 준유사강간을 당했다는 법정 증언을 하며 일부 내용에 대해선 진술을 꺼렸다. 하지만 1심 법원은 피고인(친오빠)과 피해자(여동생)가 친족관계인 점, 수사기관에서의 피해자 진술은 구체적이었던 점 등을 들어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 친오빠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0대 남성 A씨는 2017년 5월 서울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여동생 B씨를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씨는 10대였다.

A씨는 앞선 2014년 12월엔 SNS 메시지로 B씨에게 친남매가 성관계 하는 내용의 동영상 사이트 주소를 전송한 혐의도 있다. 그는 메시지를 보내며 "저 남매의 사랑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괜찮은 건지 예 아니오로 대답해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17년 사건 관련 검찰 조사에서 "하체 부위가 약간 불편해 잠에서 깼는데 오빠가 다리 밑에 있었다"며 "오빠 손에 뭐가 있었던 것 같은데 뭘 들고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법정에서도 실제로 범행이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취지로, 잠결에 착각한 것이 아니냐는 A씨 변호인 질문에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더 이상의 진술을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7년 당시 B씨와 같은 방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유사성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A씨와 B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1심 재판부는 B씨 주장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은 지난달 성폭력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준강제추행·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기 앞서 이 사건 관련 법리를 설명하며 "친족관계에 의해 성범죄를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해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에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해 신빙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리를 설명한 뒤 재판부는 B씨가 법정에서 일부 진술을 꺼린 것에 대해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와 그로 인한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피해상황에 대한 회피, 이 사건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죄책감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수사기관에서의 피해자 진술엔 세부적인 묘사가 풍부하고 진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며 "범행 당시 피고인의 말과 행동 등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운 특징적인 부분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어 다른 피해와 혼동을 하거나 지어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진술은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너무 놀랐다', '아팠다'와 같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빙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B씨의 어머니가 사건 당일 새벽 B씨에게 연락을 받고 카페에서 사건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이 피해자의 진술과 부합한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의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춰 그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 또한 매우 커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에게 아무런 처벌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가 더 이상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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