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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소연 "20년만에 악역, 기대 이상 관심 얼떨떨해요"

등록 2021.09.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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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펜트하우스', '천서진' 강렬 인상

"이해 안되지만 무조건 맞다고 생각"

"남편 이상우, '멋있다'며 늘 용기 줘"

[서울=뉴시스]배우 김소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2021.09.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김소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2021.09.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이브의 모든 것' 때는 21살이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부족한 게 많았는데, 이번엔 제대로 한번 표현해보고 싶었죠. 악역이라 욕먹을 각오를 하고 연기했는데 기대보다 만 배, 일억 배 이상으로 큰 관심을 받아서 정말 얼떨떨해요."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즌3의 막을 내리며 지난해부터 이어온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펜트하우스'에서 '천서진'으로 분해 희대의 악녀로 활약한 배우 김소연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촬영 때 1년반 동안 천서진으로 살아온 일이 물밀 듯이 몰려오더라. 지금도 여운에 짙게 빠져있다"고 말했다.

'펜트하우스'는 채워질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과 집착으로 가득 찬 헤라팰리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해 10월 시즌1을 시작으로 1년여 만인 지난 10일 시즌3가 종영했다.

김소연은 타고난 금수저에 유명 소프라노 '천서진' 역을 연기했다. 학창 시절부터 '오윤희'(유진)와 실력은 물론 사랑까지 질긴 악연을 갖고 있다. 딸 '하은별'(최예빈)을 위한 어긋난 모성애는 물론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갖기 위해 온갖 악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제 장점을 최대치로 이용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눈, 코, 입부터 표정, 목소리 등을 총집합해 악역을 제대로 만들어보자 싶었죠. 처음엔 배우들이 많아서 편한 마음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는데 손에 땀이 나고 잘 해내고 싶다는 도전정신이 생기면서 욕심이 났죠."

"비뚤어진 악녀 천서진, 안타까워하며 연기…최종회 단발은 마지막 선물"

그는 "사실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살까 공감이 하나도 안 됐다. 극악무도한 악행을 이어가는 이유를 찾고자 노력했는데, 아버지의 핍박이나 가정환경 등 아무리 사랑 주는 법을 몰랐다고 한들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김소연 스틸. (사진=SBS '펜트하우스' 제공) 2021.09.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김소연 스틸. (사진=SBS '펜트하우스' 제공) 2021.09.12. [email protected]

"왜 이렇게 비뚤어졌을까 늘 안타까워하면서 촬영했어요. 사실 천서진을 이해하면서 찍진 않았어요. 결론은 '천서진은 천서진이다'였죠. 연기할 때만큼은 무조건 맞다고 생각했어요. 늘 벅찬 신이 주어져서 두려웠는데, 한편으로 이런 연기를 언제 해볼까 하는 생각이 컸죠."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며 고성에 육탄전까지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친 김소연은 정신적·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고 했다. "이 작품 전까진 연기하면서 분리가 안 됐어요. 그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즌이 길다 보니까 분량 분배도 되고 쉬는 날도 있었어요. 결혼해선지 몰라도 이전과 달리 일상을 잘 즐겼고 오히려 몰입이 더 잘 됐죠."

다만 체력 안배를 위해 밥도 일부러 더 많이 먹고,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한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켜고 잤다고 했다. "제가 소리 지를 때 찢어지는 소리가 나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나름 연습해서 이번에 소리 지르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조금은 극복한 게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죠."

시즌1 때의 광기 어린 피아노신은 천서진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대사를 읽는데 눈물이 정말 콸콸 쏟아졌다. 목이 메서 대사를 못 하겠더라. 피아노도 쳐야 했고 남다르게 준비했던 신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떠올렸다.

최종회에서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천서진은 후두암이 걸린 상태로 귀휴 중 딸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 천서진의 마지막을 위해 김소연은 고민 끝에 긴 머리카락을 자르기로 했다. 흰머리를 몇 가닥 넣은 것도 스트레스로 하룻밤 새 하얗게 머리가 셌다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떠올린 그의 아이디어였다.
[서울=뉴시스]배우 김소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2021.09.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김소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2021.09.12. [email protected]

그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제 머리카락"이라며 "대본에 짧은 머리라고 돼 있었고 다들 가발을 쓰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대본을 받고 여운이 짙었고, 욕심이 나더라. 허리까지 길렀는데 세 장면을 위해 잘라야 하나, 일주일 동안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천서진한테 받은 선물이 얼마나 많은데, 김소연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자며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했어요. 감독님도 그러면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는 장면을 추가하자고 했죠. 특히 고민할 때 상우 오빠가 '소연아 되게 멋있는 생각이다'고 격려해주고 시어머니도 '멋있다', '잘 생각했다'고 해주셔서 큰 용기를 얻고 잘랐어요.(웃음)"

"유진, 캐릭터 몰입 멋있어…이지아 아닌 심수련 상상 안 돼"

'펜트하우스'는 김소연과 유진, 이지아 등 여성 캐릭터들이 주축을 이뤘다. 유진이 1세대 걸그룹 'S.E.S'로 활동하던 시절 김소연이 가요 프로그램 MC를 맡았던 오랜 인연도 있다.

"오윤희가 유진씨라서 좋았어요. 작품을 같이 해본 적은 없지만 'S.E.S' 때부터 친했던 사이였고 편하게 연기했죠. 시즌1 초반에 혼자 남루하게 나왔는데, 거리낌 없이 캐릭터에 몰입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었죠. 호흡도 너무 좋았어요. 이지아 언니가 아닌 '심수련'은 상상할 수 없어요. 특유의 우아함이 정말 심수련스러웠고, 굉장히 털털한 반전 매력도 있어요."

'펜트하우스'에 특별출연까지 한 남편 이상우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김소연에게 "멋있다"는 말을 해주며 긍정적인 힘을 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배우 김소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2021.09.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배우 김소연.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2021.09.12. [email protected]

"제가 힘들어할 때 항상 옆에서 남편이 '소연아 이건 네 인생에 꼭 겪어야 했을 일이야'라고 말해줘요. 주름이 늘고 얼굴에 살이 없어지는 걸 고민할 때도 '소연아 그게 멋있는 거야. 지금의 나이고, 그게 살아온 거야. 외국 배우 같아'라고 해줘요.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저 자신도 긍정적으로 바뀌어요."

극 중 러브신은 남편이 보지 않았다고 했다. "제가 미리 말해주면 잽싸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저도 예전에 질투한 적이 있는데, 같은 연기자가 왜 그러냐고 하더니 이번에는 너무 이해된다고 하더라고요. (상대역과) 가까워지는 신이어도 고개를 돌렸어요.(웃음)"

2000년 '이브의 모든 것' 이후 20년 만에 악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김소연은 또 다른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의 연기와 지금의 제 연기도 다르다. 20년 전과 달라졌으니, 또 몇 년간 서사를 쌓으면 천서진과 다른 악역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또 다른 얼굴이 돼 있을 테니 언제든 악역도 좋다"고 흔쾌히 웃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만큼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이 캐릭터를 처음 맡았을 때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도전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있는 거죠. 어떤 작품이든 매는 그때 맞을게요. 아주 상반된 캐릭터도 하고 싶어요. 코미디나 로코 등 해보고 싶은 게 많죠. 다음 작품도 잘 연구해서 도전하고 깨부수도록 할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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