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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과세 당정 충돌 조짐…'대주주 강화 무산' 재연되나

등록 2021.09.18 08:00:00수정 2021.09.18 0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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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암호화폐 5000만원 공제·과세 시행 1년 유예

야당 내 의원들도 암호화폐 과세 유예 주장 제기

홍남기 "암호화폐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 고수

[세종=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내년 1월 암호화폐 과세를 앞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은 암호화폐 과세 시점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정된 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과세 유예 방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정치권의 움직임마저 포착되면서 정부가 여당의 압박에 못 이겨 무산됐던 '대주주 요건 강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암호화폐 과세시행 시점을 1년 유예하고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지난 13일 "가상자산을 다루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떻게 할지에 따라 세금 부분도 열어놓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암호화폐 과세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암호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적용해 분리 과세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표심을 의식해 정치권에서 제동을 건 셈이다.

실제 국회에는 암호화폐 과세 시점을 미루고 과세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제출된 상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암호화폐가 주식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주식,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 소득과 합쳐 5000만원까지 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체계가 충분히 갖춰있지 않은 만큼 과세시점을 1년 유예해 2023년 1월 이후 가상자산 거래분부터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도 암호화폐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암호화폐 과세 시행일을 예정보다 2년 늦춘 2024년으로 유예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같은 당 윤창현 의원 역시 과세 시점을 1년 유예해야 한다고 봤다.

암호화폐 거래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투자 위험이 있는 만큼 운영대책을 먼저 마련한 후에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에서 관계자가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2021.08.1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에서 관계자가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2021.08.10. [email protected]


하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암호화폐 과세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암호화폐 과세 방침에 변화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해진 대로 과세하는 것 외에 다른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부총리는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코스피에 맞먹을 정도로 커졌는데, (투자자들은) 전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며 "작년에 국회에서 특금법을 개정해 암호화폐 과세 기반이 갖춰졌기 때문에 내년부터 과세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는 기재부와 협의 없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암호화폐 과세 유예 방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어 당정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당정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기로 했으나 정치권과 동학 개미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는 "스스로 견딜 수가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반려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일각에서는 국회를 통과한 법을 시행하기 전에 과세 방향을 바꿀 경우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어서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부총리가 직(職)을 걸고 반대한다면 문 정부 말기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기재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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