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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전략 2년 전에 나왔는데…원전 해체 산업 진척 '부진'

등록 2021.09.18 06:00:00수정 2021.09.18 06: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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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원전, 사용후핵연료 처리계획 미수립에 해체심사 연기

정부, 2년여 전 밝힌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 지연 불가피

학계·정치권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부터 조속히 마련해야"

[경주=뉴시스] 고리 원전 전경.2018.01.25.(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photo@newsis.com

[경주=뉴시스] 고리 원전 전경.2018.01.25.(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정부가 원자력 발전의 단계적 축소를 내세우며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한 원전 해체 산업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4월 '원전해체 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고리원전 1호기 해체 조기 발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고리 1호기 심사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진척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원전 산업계 등에서는 국내 원전 해체 산업 본격화의 마중물인 고리 1호기 해체 승인부터 조속히 이뤄지려면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린 제147회 원안위 회의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고리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검토 결과, 사용후 핵연료 관리계획이 미비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방사능이 매우 강한 핵 폐기물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항목에 '사용후핵연료 종합관리계획'이 허술하고, 해체전략과 방법 항목에도 사용후핵연료 반출과 해체 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안위는 보완된 해체계획서도 심사를 진행하기 곤란한 수준으로 판단되면 신청 서류를 반려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상반기 예상했는데…고리 1호기 해체 일정 연기 불가피

문제는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처리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지난 5월 14일 '고리 1호기 최종 해체 계획서'와 '해체승인 신청서'를 원안위에 제출하며 '사용후핵연료는 정부정책 확정 시 계획을 별도 수립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업계에서는 국내 원전 중 가장 먼저 해체가 추진된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이 2023년 5월 전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심사가 연기되며 일정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원자로 시설 해체 심의는 24개월 안에 처리해야 하는데, 신청 서류 보완·수정 기간, 안전성 확인을 위한 실험 등에 필요한 기간은 처리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정부는 당초 2022년 하반기 고리 1호기 해체 조기 발주 등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보다 1년 이상 미뤄질 수도 있는 셈이다.

2035년까지 세계 원전 해체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시장은 원전 30기 기준 최소 22조5000억원 규모, 세계 시장은 2030년까지 12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17일 오후 울산시청 의사당 1층 시민홀에서 글로벌 에너지허브 산업 육성을 위한 원전해체산업 육성 및 연료전지발전산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19.06.17. bbs@newsis.com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17일 오후 울산시청 의사당 1층 시민홀에서 글로벌 에너지허브 산업 육성을 위한 원전해체산업 육성 및 연료전지발전산업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19.06.17. [email protected]



◇학계·정치권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부터 신속히 마련해야"

이와 관련해 학계 등에서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리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인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원전 해체 산업을 본격화하려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규제 여건, 관리 방안 등을 담은 정부 정책이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며 "이미 전 세계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중간 저장-영구 처분 순으로 관리 중인데 우리나라는 처리 계획 마련부터 늦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지난 15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4인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절차와 책무를 규정하는 게 골자다.

현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 처분하기 위한 시설 건설은 부지 선정을 위한 절차조차 없는 실정인데,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와 관리시설 건설을 위해 민주성과 투명성을 갖춘 독립적 기구와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단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은 연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이 큰 만큼, 부지 선정과 유치 지역 지원 등을 법제화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정의·건설 절차 등이 미비한 임시저장시설(맥스터)과 관련해서도 법제화를 통해 과학적 타당성과 국민 수용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산업부는 이런 내용을 검토해 연내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전해체산업 육성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원전해체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 본예타 대응 지원용역 최종보고서'를 통해 2022년부터 2029년까지 원전해체 핵심기술 개발에 7372억원을 투입해 예상되는 편익은 5763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했다.

일단 산업부는 이달 중 6000억원 규모의 원전해체기술 연구개발(R&D) 관련 예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산업부의 원전해체산업 R&D 예타 추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5월 총 사업비 8712억원 규모로 책정해 제출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번 예타 신청 결과는 내년 3월께 발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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