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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발 살짝들면 출발해"…귀뜸해준 100m 달리기

등록 2021.09.26 15:00:00수정 2021.09.26 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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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학원장·교직원 부정입시 혐의

"부저 울리기 전에 몰래 신호" 공모

1심 "신호 준 것이 감독 업무 방해"

원장·강사·교직원, 징역 1년·집유 2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대학 체육과 달리기 실기시험에서 부저가 울리기 전에 몰래 신호를 주기로 공모한 입시비리 혐의에 어떤 처벌이 내려졌을까. 1심 법원은 재판에 넘겨진 체육학원 원장과 교직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지역에서 A학원을 운영하는 B원장. A학원 C강사, 대학교 교직원 D씨는 B원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이 3명은 'A학원 원생들이 E대학 실기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자'고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E대학은 2019년 체육학과 정시로 학생들을 선발하면서 100m 달리기 실기시험을 치렀다. D씨는 달리기 시험에서 출발 신호를 울리는 '스타트 요원'을 맡았다.

B원장과 D씨 등은 '부저를 울리기 전에 오른발 앞꿈치를 살짝 들어 학원생들에게 몰래 신호를 주자'고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B원장은 2019년 1월 E대학 운동장에서 학원생들에게 D씨를 소개시켜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생들에게는 특정 문구가 쓰인 옷을 입게 했고, 그러면서 "D씨가 앞꿈치를 들면 부저가 울리기 전에 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실기 시험이 치러진 당일인 2019년 1월23일. A학원 원생 5명은 사전에 합의된 옷을 입고 시험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D씨는 출발 부저를 울리기 전에 실제로 앞꿈치를 살짝 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원장, C강사, D씨 등은 공모해 '대학 2019년 체육학과 100m달리기 실기시험 감독위원을 맡은 공무원 등의 정당한 채점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1단독 김민상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B원장 등 3명에게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200시간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부정행위를 공모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실제로는 발을 보지 않았고, 정상적으로 부저 소리를 듣고 뛰었다. 학생들이 실기점수는 당락에 영향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교직원인 D씨는 입시 실기시험에서 스타트요원으로 투입돼 실기평가를 공정하게 감독·진행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위반해 부정한 신호를 보낸 행위 자체가 감독·채점업무를 방해한 결과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대학입시 실기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 특히 공정하게 감독해야할 학교 직원까지 개입돼 잘못이 크다. 수사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제보자를 회유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학생들은 부정출발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모두 불합격하거나 등록을 포기해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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