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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으로 골프를?…줄줄 새는 지역화폐 논란

등록 2021.09.26 15:46:59수정 2021.09.26 16: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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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다수 10% 할인 지역상품권 가맹, 발행 취지 무색 지적

제천의 한 골프장 *재판매 및 DB 금지

제천의 한 골프장 *재판매 및 DB 금지


[충주=뉴시스] 이병찬 기자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골목상권 보호 등을 이유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이 코로나19 이후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골프장의 배를 불리고 있다.

소득기준 이하 국민에게만 지급한 5차 국민재난지원금도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골프장 그린피로도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추석 연휴 가족과 충북 충주의 한 골프장을 찾은 A씨는 국민지원금 25만원이 담긴 은행 계좌의 직불카드로 결재하다 그린피 20만여원이 재난지원금에서 출금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백화점이나 골프장, 대형마트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보도를 접했었는데 골프장에서도 사용되는 것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A씨의 그린피가 재난지원금에서 빠진 것은 해당 골프장이 충주사랑상품권 가맹점이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지역상품권 가맹점 등으로 정하고 있다.

26일 충북 도내 시·군에 따르면  시·군 대부분이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데, 각 지역 골프장의 가맹 신청을 받아들인 시·군이 적지 않다.

충주 지역 5~6개 이상 대중 골프장이 가맹점이고, 청주시도 2개 이상 대중 골프장을 지역상품권 가맹점으로 승인한 상태다.

제천도 대중 골프장 2개를 가맹점으로 받아들였다가 최근 소유자가 바뀐 1개 골프장의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법인 주소가 서울이라는 이유였는데, 법인의 주소를 제천으로 옮기면 가맹 신청을 승인할 예정이다.

제천시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 가맹에 관해 적절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역화폐의 골프장 사용에 관한)지역민의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한 식자재마트의 가맹 신청 거부에 관한 질문에 그는 "주변 상권의 반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들쭉날쭉한 지역상품권 가맹 기준도 문제지만 지자체의 과도한 가맹점 확대 의지도 각 지역 대중 골프장의 '지역화폐 나눠 먹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주 골프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주사랑상품권 발행 초기 시 공무원들이 찾아와 가맹을 요구했고, 제안을 받아들였을 뿐 먼저 (가맹을)신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레저업종은 사행성 등 (지역화폐 가맹)제한 업종이 아니어서 다른 골프장이 신청해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관련 법령이나 지침을 위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020년 충주 지역 골프장들의 가맹 이후 얼마나 많은 지역화폐가 골프장에서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각 골프장의 지역화폐 매출은 개인사업장의 영업 문제여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역사랑상품권법에 따라 발행하는 지역화폐는 발행 지자체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명 유가증권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경기 침체 해소를 위해 최대 10%까지 할인해 판매하면서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액면가 50만원을 45만원에 구매해 액면가대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차액 5만원은 국비와 지방비로 보조하고 있다.

충주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충주지역 소상공인 점포 등에서 사용할 수 있어 지역경제활성화에 보탬이 된다"고 홍보하면서 시민들의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지역화폐의 골프장 사용 적절성 논란은 충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골프장의 지역화폐 가맹을 승인한 대전시와 강원 태백시도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충주의 한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도 "골프가 사행성은 아니더라도 서민경제와 거리가 있는 업역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골프장이 소상공인을 돕겠다고 찍어내는 지역화폐가 쓰일 수 있는 곳인가"라고 반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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